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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묘수보다 기본

등록 2014-08-12 19:39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사회적 경제] 이봉현의 소통과 불통
진리는 단순, 질박할 때가 많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는데 기본을 갖춘 단순한 것들이 복잡하고 현란한 것보다 힘이 세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주 한국을 방문한다. 그가 취임 1년 반 만에 세계인의 폭넓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된 것도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지도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세상 사람이 믿는 바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신이 있다면 가장 긍휼히 여길 사람들을 먼저 찾아갔고, 누가 봐도 악당인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채찍질을 가했다. 그리고 스스로는 한없이 몸을 낮췄다.

2013년 10월 아프리카인 500명을 통조림처럼 태운 배가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 앞바다에 침몰해 360여명이 몰살했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지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사실 람페두사섬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 수용소는 교황이 취임 이후 로마 밖 첫 공식 방문 일정으로 찾아와 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 6월 이탈리아 범죄집단 마피아에게 파문을 선언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다. 마피아의 한 분파인 ‘은드랑게타’의 본거지 칼라브리아 주에서 열린 미사에서 교황은 “마피아처럼 악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신과 교감하지 않는다”며 “마피아 단원들은 파문됐다”고 선언했다. 마피아를 두려워하는 많은 이들이 걱정했지만 교황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번 한국 방문 중에도 방탄차를 타지 않고 국산 소형차를 타고 이동한다. 경호하는 쪽은 진땀이 흐를 상황이지만 교황은 평소 이렇게 말해왔다.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내 나이에는 잃을 것이 많지 않다. 모든 것이 신의 뜻에 달렸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은 주위의 공감과 협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 면밀한 경영전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본래 하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복잡할 때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도 묘수이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단순함일 때가 많다. 이런 진솔함이 소통의 자산이며, 공감과 협력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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