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안휘진(19), 채정희(19)씨
고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의 업무는 단순하고 지루했다. 케이티(KT) 그룹의 계열사인 케이티디에스(KTDS)는 이들에게 회사가 관리중인 1천여개의 온라인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일을 맡겼다. 일일이 주소를 입력해 들어가 웹페이지를 하나씩 넘겨가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자동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는 상용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이를 사용하면 도메인 1개당 평균 30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래서 중요한 일부 시스템들만 소프트웨어로 점검하고, 나머지는 수작업으로 한 것이다.
아이티(IT) 분야 마이스터고교로 유명한 미림여자정보과학고를 졸업하고 지난 3월 입사한 안휘진(19·오른쪽) 채정희(˝·왼쪽)씨는 이 지루한 수작업을 참을 수 없었다. 둘은 근무시간을 쪼개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3학년 재학 중 케이티디에스 직원이 강의하는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 교육과정을 수료한데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오픈소스 개발 가이드도 참고가 됐다. 이들은 지난달 사내에서 열린 ‘혁신 페스티벌’에 소프트웨어를 출품해 당당히 우수상을 받았다. 이 소프트웨어는 곧바로 실제 모니터링 업무에 적용됐다. 회사는 이들 덕분에 약 3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채씨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오픈소스를 이용하다 보니 모든 것이 생소하고 설치조차 어려웠지만, 상용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체계적인 사내 교육과 전문가 선배들의 자문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오픈소스를 통해 많이 배운 만큼, 배운 것을 많이 나눠주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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