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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관변단체에 뜯기고 낙하산에 속병 들고…망가진 ‘알짜 공기업’

등록 2014-08-20 20:07수정 2014-08-20 21:33

19일 오후 노조에 의해 자회사 매각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경영진 등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서울 중구 서소문로 한전산업개발 사무실 앞에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2월 수여한 산업발전 공로 표창장이 내걸려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일 오후 노조에 의해 자회사 매각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경영진 등이 배임 혐의로 고발된 서울 중구 서소문로 한전산업개발 사무실 앞에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2월 수여한 산업발전 공로 표창장이 내걸려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권력 전리품 된 한전산업개발
한전산업개발은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과 전기계기 검침 업무를 하는 곳이다. 한국전력공사한테 일감을 받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업계에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고정 수입이 들어오는 회사’라고 말한다. 최근 한전산업개발이 낙하산 인사, 부실 경영, 고액 활동비 지급 등 잡음으로 얼룩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 자회사 매각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경영진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전산업개발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권력의 보은인사 전리품으로 전락한 공기업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1990년 한전이 100% 출자해 만든 회사로, 출발은 공기업이었다. 2002년 말 김대중 정부에서 한전산업개발 민영화가 추진됐다. ‘알짜회사’를 노리는 기업은 많았다. 어쩐 일인지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자총 총재는 권정달씨였다. 권씨는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 16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2001년 자총 총재에 취임했다.

비영리단체인 자총은 2003년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707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자총이 지분 인수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돈은 인수대금의 1%도 안 되는 6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권씨는 한전산업개발의 석탄회 재활용(석탄 연소 뒤 남은 재를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는 것) 대리점 업체들로부터 판매보증금 명목으로 210억원을 받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와 은행 담보 대출을 동원하는 수완을 발휘해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민영화된 뒤 회사는 자총의 살림을 지원하는 곳으로 변질돼갔다. 20일 이 회사 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민영화된 2003년부터 코스피에 상장된 2010년까지 자총이 한전산업개발에서 챙겨간 돈은 1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매년 배당금 40억~60억원, 2006년 흥인동 사옥을 1500억원에 매각했을 때 차익에 대한 배당금 250억원 등이다. 투자 대비 수익을 감안하면 가히 ‘봉이 김선달’급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자기자본이 없는 비영리단체에 회사를 넘기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전 일감 받아 안정적 이익 내오다
2003년 지분 51% 자유총연맹 인수
6억여원 투자…10년간 1000억 빼가
작년 현금성 자산 73억에 불과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 등 ‘정피아’
낙하산으로 줄줄이 내려앉아
배후 여럿…낙하산끼리 싸우기도

노조 “자기자본 없는 비영리단체에
회사 넘긴 정부에 원죄 있다” 비판
10일 배임혐의로 경영진 검찰 고발

한전산업개발의 이익이 자총의 주머니로 옮겨지는 사이 안으로 곪은 회사의 부실은 최근 고름 터지듯 하나둘씩 위기의 징조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이 회사의 기업진단보고서를 보면, 2011년 170억7200만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12년 배전사업 부문의 적자와 신규 사업에 대한 손실 반영으로 28억7100만원으로 급감했다. 현금성 자산은 2010년 206억5000만원에서 2013년 73억5000만원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출자회사 차입금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회사 손실부담이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한전산업개발은 민간기업의 외투를 걸치고 있지만 자총의 존재로 인해 권력이 경영권을 좌우해왔다. 경영진은 그동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사장 임기는 3년인데 정권 교체기에는 그나마 임기를 채우기 어렵다. 다른 낙하산 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경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현재 한전산업개발 최대주주는 자총(지분 31%), 2대 주주는 한전(29%)이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선 자총이 지분 6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양 쪽이 ‘자총의 결정에 한전이 따른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자총 몫 5명, 한전 몫 4명의 이사로 구성되지만 의사결정 기능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이 관계자는 “자총 총재의 거수기구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전산업개발에는 이른바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이 많다. 전임 사장인 김영한씨는 인터넷 보수매체인 <뉴데일리> 사장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선거 캠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이삼선 사장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비서관 출신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쪽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기영 감사는 현재 자총 부총재이면서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상임고문이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 상임고문도 맡고 있다. 엘지 씨엔에스(LG CNS) 지사장 출신인 신동혁 관리본부장은 자총 사무부총장 출신이다.

한전산업개발 사장은 기본급 9000여만원에 성과급을 포함하면 1년 연봉이 1억8000여만원, 감사와 본부장의 경우 1억6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 정도 나온다. 여기에 활동비 명목으로 현금과 신용카드까지 지급된다”고 말했다.

낙하산 배후가 여럿이다 보니 자총 총재와 한전산업개발 사장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영한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박창달 당시 자총 총재와 사사건건 부딪치다 해임됐다. 당시 이들이 이사들에게 보낸 글에선 청와대가 공기업 인사에 개입한 내용들이 나온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5월23일 “이 회사에 부임하기 이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님께서 이 회사에 가서 일하도록 결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어 박창달 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고자 보수 인터넷 신문을 만들어 노무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왔는데 무슨 일을 못 할까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박 전 총재는 2013년 1월10일 반박글에서 “김 사장은 청와대와 무관하게 자총에서 직접 임명했으며 어느 누구도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장 임명의 배후를 놓고 당사자는 청와대가 힘을 썼다고 하고, 최대주주는 자신들의 결정한 것이라고 갑론을박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전산업개발 관계자는 “타고 오는 줄이 제각각이다보니 사장과 감사, 본부장 등 경영진이 서로 싸운다. 올해 1월 조직개편에선 감사팀에 직원 3명만 달랑 놔두고 감사업무를 사장 직속의 경영진단팀으로 옮겨놨다. 현재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기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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