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기업들 ‘안주고 안받기’ 진풍경
휴넷 “매번 돌려보내자니…”
사내경매…수익금 복지관 기부
포스코·롯데백화점은 반송센터
상하기 쉬운 것은 복지시설에
휴넷 “매번 돌려보내자니…”
사내경매…수익금 복지관 기부
포스코·롯데백화점은 반송센터
상하기 쉬운 것은 복지시설에
“자, 다음은 참치세트입니다. 선물용으로도 좋고, 자취생들은 마트가격보다 저렴하니 도전하세요. 인터넷 최저가는 2만4100원, 우리 방식대로 해서 최저가의 50%인 1만2050원부터 시작합니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휴넷’(직장인 온라인교육 전문회사)의 대회의실에선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이색 경매가 한창이었다. 매물을 놓칠세라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물건값을 부른다. 8년째 경매사를 자처하고 나선 김병기 IT&디자인 본부장이 능수능란한 진행 솜씨로 ‘호가’를 접수했다.
식용유, 참치, 곶감, 한과, 수제햄 등. 품목은 다양한데 대부분 선물세트다. 명절을 맞아 고객사와 협력사에서 받은 선물을 반납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도 휴넷에서는 비슷한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휴넷은 2007년부터 직원들이 받은 명절 선물을 사원들에게 경매로 처분해오고 있다. 윤리경영으로 도입한 ‘명절 선물 안주고 안받기’가 발단이었다. 회사로 온 선물을 매번 돌려보내는 일은 주는 사람이나 돌려보내는 사람 모두 불편했다. 김 본부장이 이때 ‘경매’ 아이디어를 냈다. 선물 주는 사람은 마음 상하지 않고, 직원들은 저렴하게 명절선물 상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경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니 선물을 반납하는 사람도 상품을 사는 사람도 만족했다.
올 추석 경매는 연휴 전날인 9월5일로 예정돼 있다. 벌써부터 좋은 매물을 노리는 직원들 사이에 눈치경쟁이 뜨겁다고 한다. 김영아 휴넷 선임은 28일 “최종 낙찰가가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고가에 샀다고 억울해하지는 않는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이는 걸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익금은 명절 때마다 50만~100만원가량 모인다. 휴넷은 수익금을 지역복지관에 기부한다.
포스코는 지난 25일부터 9월10일까지 서울 포스코센터와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문서수발실에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한다. 포항과 광양지역은 포스코 출자사도 반송센터를 열도록 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이해관계자와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윤리 명절문화 정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반송센터는 임직원이 제출한 선물을 접수한 뒤 양해를 구하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택배로 되돌려보낸다. 집으로 온 선물도 반송센터에 연락하면 택배회사 직원이 집으로 찾아가 반송한다. 상하기 쉬운 농수산물 등 반송하기 곤란한 물품일 경우에는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거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내경매’로 처리하고 있다. 경매에서 얻은 수익금은 ‘포스코패밀리 1%나눔재단’에 기탁해 이웃돕기 성금으로 활용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협력사 2800곳에 ‘클린 명절문화 캠페인’에 대한 안내와 협조를 구하는 내용의 ‘시이오(CEO) 청렴메시지’를 보냈다. 이 캠페인은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지 말자는 것이다. 본사와 전점에서는 지난 25일부터 9월12일까지 클린센터를 운영한다. 임직원이 협력사 등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경우 스스로 신고하고 반환하도록 하는 창구다. 선물을 반송할 때는 윤리경영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서한을 동봉한다. 반송이 안 되는 경우에는 각 점과 연계된 사회복지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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