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비율 2.36:1…12월초 마무리
삼성그룹 중공업·건설부문 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매출액 기준으로 25조원대 초대형 플랜트회사 규모로, 조선·건설업계에선 현대중공업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합병 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삼성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오는 10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2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 뒤 새로운 비전에 걸맞게 합병법인의 사명 변경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삼성중공업 14조80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은 9조8000억원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매출 24조6000억 규모의 회사가 된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으로 고객들에게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더해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 역량을 확보해 기존 육상 화공플랜트에서 고부가 영역인 육상 액화천연가스(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업황 부진 때문에 합병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를 보려면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건설업계 ‘어닝쇼크’ 주역으로 꼽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2% 감소한 9142억원을 나타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의 긍정적인 영향은 삼성중공업보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있을 것으로 본다. 두 회사 모두 이익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인 이익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기존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인수설’과 관련해선 “영업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시장에서 유력하게 얘기가 돌았던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보다는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두 회사의 합병 발표로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온 계열사간 사업구조조정을 건설사업 부문만 남긴 채 대부분 마무리지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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