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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사 안 절대 금연! 회사 밖 ‘너구리굴’

등록 2014-09-29 20:07수정 2014-09-30 10:11

흡연
흡연
‘담뱃값 인상’ 기업들 금연문화는

포스코, 건물 안팎 모두 금연구역
금호아시아나는 금연서약서 내야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담뱃세 인상안을 국회에 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원 흡연 관리가 이번에는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일부 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한다는 취지로 소변검사까지 해가며 흡연자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그 뒤 규제가 다시 조금 느슨해진 곳도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대기업은 사내 흡연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00년대 초부터 포항·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꾸준히 금연정책을 폈다. 상급자가 담배 피우는 직원을 관리하는 금연책임관리제를 시행해 작업장에 담배와 라이터를 반입하지 못하게 했다.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는 금연인증서를 줬다. 2009년 2월 임명된 정준양 회장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그린빌딩’으로 선포하고 ‘흡연율 제로’추진에 나섰다. 사내는 물론 사외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 연말 건강검진에서 소변검사나 피검사로 흡연 여부를 가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당시 “흡연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가지 못한다. 불만 있으면 소송하라”며 강하게 금연정책을 밀어붙였다.

권오준 회장으로 최고경영자가 바뀐 요즘은 어떨까? 권 회장은 비흡연자다. 포스코 관계자는 28일 “이젠 금연이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 소변검사나 피검사도 안한다”고 말했다. 그린빌딩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포스코센터 전층은 물론 건물 주변도 금연구역이다.

흡연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옆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최근 흡연공간을 없앤 신한은행 건물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흡연자들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옆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최근 흡연공간을 없앤 신한은행 건물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총수 일가의 ‘병력’ 때문에 담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형인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모두 폐암으로 사망했다. 고 박성용 회장은 평소 “흡연은 개인 문제이지만 흡연자를 승진시키지 않을 권리는 내게 있다”며 흡연에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은 입사할 때 금연서약서를 내야 하고, 흡연자는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그룹 관계자는 “고위임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직원이 담배 냄새를 풍겨 인사 때 불이익을 받은 적도 있다. 그룹 안에선 ‘담배를 피우더라도 절대 보이는 데서는 피우지 말라’는 금언이 있다. 흡연자에게 껌과 양치는 필수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건물 주변에는 너구리굴을 연상케하는 대표적인 ‘흡연구역’들이 있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앞 공터는 항상 주변 직장인들이 쏟아내는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서울 중구 쌍림동 씨제이(CJ)제일제당 옆 한 카페는 씨제이 흡연 직원들로 가득하다. 씨제이 한 직원은 “감시 눈길을 피해 잠시 담배 한대를 피우기엔 적합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상주 인원만 7000명인 서울 여의도 엘지(LG)트윈타워의 경우 지하 1층 구석의 작은 실외공간 한곳에 흡연구역이 있어 점심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건물 안에서 떳떳하게 담배를 피우는 곳도 있다. 바로 서울 대치동 케이티앤지(KT&G) 본사다. 케이티앤지는 이 건물 16~20층을 쓰는데 각 층마다 소파와 재떨이가 마련된 35㎡(10여평) 안팎의 흡연실이 있다. 케이티앤지는 흡연 여부를 개인 취향에 맡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금연 에티켓이 전반적으로 자리잡은 데다 흡연자도 많이 줄어든 상태여서 각 기업들이 당장 강제적인 금연정책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흡연자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는만큼 인센티브 등 금연을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필 정세라 이정애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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