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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전문연구소에서 공항까지…‘묻지마 낙하산’

등록 2014-10-02 07:58수정 2014-10-02 07:59

중기지원 전문연구소 14곳중
정치인·관료 출신 원장이 8명
감독기관 산업부 ‘낙하산 온상’
직무 관련성 전혀 없는 인사도
중소기업 기술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14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전문연) 가운데 8곳의 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원장은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관리·감독 아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지만 민간기관이란 외투를 입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영리법인 기관장에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연구소들이 이른바 ‘관피아·정피아’ 고리를 형성하는 새로운 경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연은 비영리법인이지만 산업부 장관 허가로 설립 가능하다. 원장은 이사회에서 선임하지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출하면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국에 자동차부품연구원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14곳이 있다. 일부 연구원은 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해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정의당)이 산업부에서 받은 ‘전문연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보면, 연구원 14곳 원장 가운데 관리·감독 부처인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이 5명, 연구원이 있는 지역의 지자체 고위 공직자 출신이 1명이었으며 정치인 출신은 2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취임 또는 연임된 인사는 4명이다.

허경 자동차부품연구원장과 김경원 전자부품연구원장, 이화석 중소조선연구원장, 백철규 한국니트산업연구원장, 윤종민 한국로봇융합연구원장은 산업부 관료 출신이다. 정유권 한국실크연구원장은 연구원을 관내에 두고 있는 경남도의 이사관(일반직 2급 공무원 직급)이었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은 새누리당 상임고문이며,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인 김충환 전 대구시의원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일부 원장은 해당 연구원의 업종과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실크연구원의 경우 정관(제6조)을 보면 ‘원장은 섬유에 관한 학식이 풍부하거나 견직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로 규정돼 있지만, 정유권 원장은 경남도지사 비서실장과 행정지원국장, 진주시 부시장 등을 지낸 정통 행정관료였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은 4선 의원 출신의 정치인으로 정보통신기술 분야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충환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은 복지 분야 전공자다. 이들 3명은 모두 박근혜 정부 출범 뒤인 2013년 취임 또는 연임했다.

전문연에서는 그동안 여러차례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구에 있는 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채용과 입찰, 용역비리 등으로 전임 원장 등 7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에는 진주의 한국실크연구원 직원 2명이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이사장과 실크업체 대표 등 15명도 각각 징역 4년~1년2월(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아 큰 파장을 낳았다.

김제남 의원은 “전문연에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이 규정한 ‘전문 연구분야 기술 지원’이란 연구원 특성상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인물이 원장에 오는 것이 기능적으로 맞다. 지배구조 혁신과 산업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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