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채권단 경영정상화 약정
김준기(70) 동부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동부제철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23일 밝혔다. 동부제철과 채권단이 이날 맺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서에 김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100대 1로 감자해 김 회장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동부제철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22일자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상화 방안에는 신규자금 6000억원 투입과 채무상환 유예, 53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회생방안이 포함됐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오늘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려고 한다. 앞으로 전개될 동부제철의 미래는 이제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원료자립의 숙원을 실현하고 철강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전기로 제철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했던 동부제철의 꿈은 잠시 좌절됐지만, 각자 맡은 위치에서 동부제철의 비전인 경쟁력 세계 제일의 제철회사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이로써 그룹 안에서 동부대우전자와 동부메탈 대표이사 직함만 유지하게 됐다. 김 회장은 제조부문 지주회사격인 동부씨엔아이(CNI), 비제조부문 지주사인 동부화재의 대주주이지만 보유한 지분이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맡겨져 있어 실질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부그룹은 현재 동부발전당진과 동부특수강, 동부하이텍 지분 등 시장에 내놓은 매물이 순조롭게 매각돼 유동성 위기를 탈출해야 재도약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부제철은 유동성 부족으로 전기요금을 체납해 지난 17일 한국전력으로부터 당진공장 단전 통보를 받기도 했다. 앞서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물의 매각이 무산되자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7월7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