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한중 FTA 졸속타결 규탄 농축산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전세계 GDP 중 협정국 GDP 비중
50개국 합치면 73.2%에 이르지만
자국시장도 그만큼 열어줘 ‘무의미’
50개국 합치면 73.2%에 이르지만
자국시장도 그만큼 열어줘 ‘무의미’
‘경제영토 넘버3’, ‘경제영토 확장’, ‘경제영토 세계 3위’.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뒤 언론에서 쏟아낸 찬사들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딴마냥 순위를 매긴 척도로 등장한 게‘경제영토’라는 개념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보도자료에서 ‘경제영토’라는 용어를 쓴 데서 비롯됐다.
11일 산업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경제영토 확보 순위가 세계 3위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타결로 기존 5위(60.9%)에서 2계단 상승한 3위(73.2%)에 당당히 올랐다고 한다. 산업부는 자료에서 ‘경제영토’의 뜻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상대국들의 국내총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50개국의 국내총생산을 합하면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73.2%에 이른다는 얘기다.
경제영토 개념은‘우리나라가 영역을 넓혔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 까닭에 산업부는 그동안 자유무역협정 성과를 강조할 때 단골메뉴처럼 ‘경제영토’ 순위를 내세웠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은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동시에 자국 시장도 그만큼 열어주는 것이다. 산업부 발표로 경제영토 순위를 보면, 1위는 칠레(85.1%), 2위는 페루(78.0%)이고, 멕시코(63.6%)와 코스타리카(63.5%)가 우리나라 다음이다. 이를 보면 경제영토 개념은 경제력이나 경제발전 정도를 뜻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영토’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의 크기를 나타내기 위해 외교부에 통상교섭본부가 있던 시절부터 써오던 용어다”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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