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 한도 넘어
“강행땐 재정악화 우려…계약 해제”
“강행땐 재정악화 우려…계약 해제”
삼성중공업은 19일 삼성엔지니어링과 맺은 합병 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9월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해 12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합병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역시 부분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달라고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다.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각각 9235억원, 7063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의 매수대금 한도(9500억원)는 초과하지 않았으나, 삼성엔지니어링의 한도(41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합병을 진행하려면 두 회사가 1조6298억원의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삼성중공업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며 합병 포기 의사를 밝혔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적극 설명하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띄우기에도 나섰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많은 주주가 주식매수청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합병 재추진 여부에 대해 “시장 상황과 주주 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건설, 금융, 전자 등 각 사업영역별로 진행되던 사업구조 재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이번 합병이 주주 의견에 대한 경청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다 무산된 측면이 있어 향후 합병 계획에 더욱 신중해질 전망이다.
김정필 이정훈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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