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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강영원-최경환 서약서 서명뒤 하베스트 인수 ‘급물살’

등록 2015-02-03 01:13수정 2015-02-03 01:13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왼쪽)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2010년 5월28일 서울 반포동 한 호텔에서 ‘자원개발 협력단 출범식’을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왼쪽)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2010년 5월28일 서울 반포동 한 호텔에서 ‘자원개발 협력단 출범식’을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영성과 미흡땐 불이익 감수’
시한 정해놓고 계약 밀어붙여
부실 떠안고 성과급 3076만원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2009년 9월 주무부처 책임자인 최경환(60)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제출한 경영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캐나다 하베스트를 인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베스트 인수로 석유공사는 총 1조5000억여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2일 <한겨레>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석유공사의 ‘사장경영계약 변경안’(2009년 9월24일)을 보면, ‘서약서’라는 제목의 한장짜리 문서가 첨부돼 있다. 여기엔 ‘정부가 실시할 기관장 평가결과, 경영계획 이행실적이 미흡할 경우 해임 등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거래’ 당사자인 두 명의 이름과 서명이 있다. 바로 최 장관과 강 전 사장이다. 나중에 둘은 서약서에 자필로 서명했다. 공기업 사장은 매년 주무부처 장관과 경영계획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실적을 평가받는다. 계약을 맺은 뒤 사정이 생기면 협의해 계획을 바꿀 수 있다.

강 전 사장은 2008년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보통’ 등급(60점 이상 70점 미만)을 받았다. 석유공사의 기관평가는 시(C)등급이었다. 경영계획 이행실적은 인사와 성과급에 반영된다. 50점 미만인 ‘미흡’에 해당하면 해임조처가 되는데, ‘보통’ 등급을 받은 강 전 사장으로선 당장 이듬해 평가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캐나다 하베스트 현지법인이 2013년 12월6일에 이어 12월17일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한국석유공사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문건.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 제공
캐나다 하베스트 현지법인이 2013년 12월6일에 이어 12월17일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한국석유공사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문건.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 제공

2009년 3월, 강 전 사장은 스위스 석유회사 아닥스 인수를 추진했다. 아닥스만 손에 쥐면 2009년 경영평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아닥스는 괜찮은 매물이었다. 아닥스 인수 추진에 힘을 얻은 강 전 사장은 애초 세웠던 2009년 경영계획 목표를 바꿨다. 자주개발률을 상향조정하고 인수합병(M&A)으로 2억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지식경제부에 제시해 경영계약을 수정해 체결했다.

문제는 석달 뒤인 6월 아닥스 인수가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강 전 사장은 상향조정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자, 같은 해 9월24일 성과 목표를 낮춰 다시 경영계약을 변경했다. 다만 그는 ‘인수합병으로 2억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한다’는 조건은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경영계약 변경안에 들어 있는 최 장관과 강 전 사장의 ‘서약서’ 내용을 고려하면, 강 전 사장으로선 어떻게 해서든 12월까지 2억 배럴의 ‘딜’을 성사시켜야 했다.

강 전 사장은 최 장관과 경영계약 변경안을 체결하기 전인 9월 초부터 이미 ‘하베스트 연내 인수’를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하베스트 프로젝트 사전 평가 분석’(메릴린치 자문보고·2009년 9월3일 작성) 자료를 보면, 인수합병 일정표에는 2009년 9월 첫 회의를 시작해 넉달 만인 11월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클로징’(Closing·마무리)은 정확히 11월16일로 기재돼 있다. 실제 거래는 이보다 보름 남짓 이른 시점에 완성됐다. 석유공사 이사회는 같은 해 10월29일 애초 계획에 없던 하베스트의 부실자산 ‘날’(정유회사·NARL)까지 떠안는 조건으로 인수 계약을 승인했다.

결국 강 전 사장은 2009년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양호’ 등급(70점 이상 80점 미만)을, 석유공사는 기관평가에서 에이(A)등급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은 그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3076만8000원을 챙겼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고자 강 전 사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필 류이근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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