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범위 넓고 시행령 안나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위법성의 경계가 모호한 탓에 재계는 아직 혼란스러워한다. ‘나쁜’ 관행을 없앨 명분이 생겼다며 “잘 됐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고, 대관·대언론 업무 현실을 너무 모른다거나 기업의 소통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대체로 기업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처벌 범위가 광범위한 탓에 기존 관행을 어떻게 제어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법이 1년6개월 뒤에 시행되고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시행령에서 다듬어진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했다. 4대그룹의 한 대외협력담당자는 “1년6개월 동안 여러 논의가 일 것이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말도 있는만큼 아직 미완의 법이다. 시행령과 시행세칙을 만들며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4대그룹의 한 임원은 “시행령 등을 만들면서 틈이 생기지 않겠나. 원안이 유지돼도 형식적으로 각자 계산하는 등 편법도 난무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실체가 와닿지 않아 잘 모르겠다.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야 새로 내부 윤리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한 기업의 소통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책이나 법안 관련해 일상적으로 국회의원, 공무원, 기자들과 만나는데, 이런 업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통상적인 사교’란 구실로 일부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게 제공해왔던 식사·술·골프 접대, 명절선물 관행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것이란 전망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재계단체 한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은 접대가 안 되므로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으로선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 한명이 일년 동안 지출하는 골프비용만 수천만원이다. 밥값, 술값, 선물값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 다만 사람 만나고 의견 교환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으니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의 윤리경영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이제 관련 행동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반부패윤리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선물 수요와 음식점 영업 타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 쪽에선 명절 때 기업 수요 티에프팀을 만들 정도로 중요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 하나 살 때도 조심스럽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4대그룹의 대관담당 임원을 지낸 ㄱ씨는 “이번 법으로 음식점과 술집 등의 매출 감소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필 곽정수 김재섭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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