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금리 인하 결정에 관해 브리핑을 하던 도중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궁금증 ‘톡’
한국은행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0.5%포인트 차로 또 어긋났다. 지난 25일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3%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는 성장률을 3.8%로 예측한 바 있다.
‘0.5% 오차’가 비교적 작은 수치 같지만,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이 1485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액수로 무려 7조원 가까이 벌어진다. 한 해 우리나라 국가장학금 총액 수준의 큰돈이다.
한은의 예측이 빗나간 일은 자주 있었다. 지난 6년간 실제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최대 1.9%포인트 웃돌거나 1.4%포인트 밑돌았다. 2010년(예측 4.6%, 실제 6.5%)을 제외하고는 대개 전망치가 장밋빛이었다. 2013년처럼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차로 거의 정확히 예측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시 세부항목을 보면 설비투자 증가율이 4.0%포인트나 전망을 밑돌고,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망보다 4.2%포인트 좋게 나오는 등 여러 오차들이 들고 나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맞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국내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전망 오차는 흔한 일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망치’ 대신 ‘전망치 구간’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구간을 벗어나는 일이 잦다.
중앙은행이 내놓는 경제전망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도에 정부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을 토대로 예산을 편성했다가 9조1000억원의 세수 오차를 발생시켰다”고 꼬집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국은행 쪽은 현재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전망을 하는 것과 각종 변수에 대처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에 대한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지 아픈 것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또 흔히들 경제가 돌고 도는데 왜 흐름을 못 잡냐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없는 반전과 돌출적인 사건이 생긴다. 이 때문에 경제전망치가 숫자 맞추기로 정답을 뽑는 게 가능하지 않고,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수입 면에서 오차 범위가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경제 관련 부처와 단체, 기업들이 ‘경제전망’이란 그림을 그리는 데 밑그림을 그리는 게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다.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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