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추이, 수출기업-내수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추이
대기업과 내수기업은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느끼지만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의 체감 경기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제조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는 80으로 지난달과 견줘 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72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올 1월부터 넉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4월(8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비제조업 경기실사지수도 76으로 전월대비 6포인트,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제조업황 지수가 최근 두달 연속 5포인트씩 상승하며 1년 만에 86으로 올라왔다. 내수 기업들 역시 경영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커지면서, 경기실사지수가 3월과 견줘 5포인트 높아진 80으로 나타났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 2800여곳을 대상으로, 현재 체감하고 있는 경영 상황과 향후 전망을 물은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긍정적인 대답이, 낮아지면 부정적인 대답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의 상승 영향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한 민간 경제 심리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도 전월대비 2포인트 상승해 두달 만에 다시 100선으로 올라섰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엔저 영향 등으로 수출기업이 주춤했지만, 지난해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저유가, 정부의 규제완화·경기 부양 정책 등이 내수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조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에서 내수부진과 자금부족 부문이 전월대비 각각 0.8포인트씩 떨어졌고, 비제조업에서는 정부규제 수치가 0.5포인트 하락했다. 한은 쪽은 1~2월 이후 기업들이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출형 기업들과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수출기업 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보다 1포인트 낮아진 80으로 떨어졌다. 5월 경기 전망치도 지난달에 내놓은 4월 전망치(83)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경영 애로 사항에서 환율 부분이 8.4로 1.4포인트 증가하는 등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한은 쪽은 “환리스크에 대비하기 어려운 중소 수출 기업들이 경영상 고충을 드러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경기실사지수 역시 지난달과 같은 7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79)과 견주면 6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중소기업들의 5월 경기 전망치도 전달 대비 1포인트 낮아진 74였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부의 여러 경기 부양책이 중소기업이 체감할 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수출기업에는 환율 문제 등이 겹치면서 기업 간 자금흐름 양극화, 실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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