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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대출 미끼로 제 잇속 슬쩍…은행 직원 비리 수법도 가지가지

등록 2015-06-04 01:08수정 2015-06-04 01:19

신한은행 사례로 본 영업점 직원 비리 백태
개인사업 벌인 뒤 자금 부족하자
거래처에 대출해주면서 돈 빌려
외상값 상환 늦추는 대신 대출 알선
대출 심사중 기업 정보 알려주고
주식 매매차익 일부 받아 챙겨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 빈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해야”
신한은행 역곡지점 센터장 이아무개씨는 2008년 1월부터 동생의 아내 명의로 맥주가게를 운영했다. 불과 석달 만에 운영자금이 부족해진 이씨는 여신거래처에 1억원을 대출해준 뒤, 이 회사로부터 3000만원을 빌리는 방법으로 돈을 조달했다. 또 여신거래처의 사장한테서 개인적으로 30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이 은행은 직원이 직장을 이용해 영리행위를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3일 <한겨레>가 참여연대를 통해 입수한 신한은행 인사위원회의 징계결과 통지 문건(18건)을 살펴보니,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어떻게 벌어져왔는지에 대한 구체적 실태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었다.

우선 이씨처럼 돈을 직접 만지는 영업점 직원의 직무를 사적으로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경우가 허다했다. 동여의도금융센터 등에서 근무한 오아무개씨는 아내 명의로 2012년 7월과 10월 여신거래처의 자회사 주식 1억원어치, 이 거래처 부사장의 개인사업체 주식 1억5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거래처 부사장 명의로 1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해 우회 투자하기도 했다. 오씨가 투자한 주식매입대금 중 8700만원은 신한은행이 임직원 주택·전세자금, 긴급 생활안전자금 용도로 제공하는 사원복지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었다. 오씨는 정직 3개월, 변상금 46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대출권한을 지렛대 삼아 개인적 잇속을 챙기려다 ‘부당대출’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지인을 끌어들인 차명대출은 기본이고 ‘대출 돌려막기’ 등 교묘한 수법이 동원됐다. 이수역지점 등에서 근무한 서아무개씨는 2008년 5월 평소 자주 다니던 유흥업소 실장 김아무개씨로부터 밀린 외상값을 독촉받았다. 서씨는 외상값 갚는 날짜를 늦춰주면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김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서씨는 대출 편의를 봐준다며 김씨에게 소득이나 재직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다. 김씨는 허위 서류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센트럴시티지점에서 근무한 유아무개씨는 2011년 아내 명의로 경기 안양시 평촌동에서 이른바 ‘딱지’(미등기 분양권 전매)를 3000만원에 샀으나 재건축사업이 중단됐다. 유씨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딱지’를 중개한 송아무개씨가 운영하는 ㄷ사에 3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영업점의 청원경찰 계좌 등을 통해 1000만원을 받아 일부를 회수했다.

유씨는 2012년 10월 ㄷ사의 대출금이 연체되자 이를 감추려고 다시 한번 머리를 굴렸다. 그는 ㄷ사 이사의 아들인 박아무개씨에게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로 1600만원을 빌려줬다. 실제 박씨에게 이체한 돈은 600만원이었고, 유씨는 남은 1000만원을 관리하며 ㄷ사 대출원금 및 이자납부에 사용했다. 유씨는 무단이탈 등 사실이 적발돼 2013년 말 면직됐다.

영업점 직원이 여신거래처에서 대놓고 돈을 챙기기도 했다. 강남중앙금융센터 등에서 근무한 노아무개씨는 2009년 6월 20억원의 신규 대출 심사를 하고 있던 ㄴ사 김아무개 사장에게 코스닥주식 정보를 제공했다. 여기엔 조건이 있었다. 주식매매차익을 나누는 것이었다. 노씨는 김 사장이 얻은 주식매매차익 중 2600만원을 자신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받아 챙겼다. 이 거래가 이뤄진 다음달 곧장 대출 승인과 실행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노씨는 부당대출 등이 추가로 적발돼 정직 6개월과 304만원의 변상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 분할여신(특정인의 대출 신청금액이 승인한도를 초과할 경우 여러 사람 명의로 금액을 쪼개 대출해주는 것)과 수신 실적 부풀리기, 실명 확인 의무 위반 등은 징계 통지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금융사고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최근 낸 자료를 보면, 2010~2014년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91건에 이른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은행은 업무특성상 공정성, 투명성이 높아야 하는데도,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 금감원이 검사 강도를 높이거나 은행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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