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직원(오른쪽)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다동 씨티은행 본점 창구에서 손목에 세가지 색깔의 ‘민원 제로밴드’를 착용하고 고객에게 상담을 하고 있다. 씨티은행 제공
한국씨티은행 고객불만 탈출기
지난해 서비스평가서 낙제점 받고
올해부터 ‘당일 민원 해결’ 원칙 도입
불만 접수 땐 지점장이 본부에 직보
영업점 돌며 직원들 대상 교육하고
친절 뜻하는 밴드 차고 고객 응대
올 1~5월 불만 접수 건수 40% 줄어
지난해 서비스평가서 낙제점 받고
올해부터 ‘당일 민원 해결’ 원칙 도입
불만 접수 땐 지점장이 본부에 직보
영업점 돌며 직원들 대상 교육하고
친절 뜻하는 밴드 차고 고객 응대
올 1~5월 불만 접수 건수 40% 줄어
“카드 한 장 발급받는데 이렇게 힘들어서야….”
한 은행의 영업점에서 국제현금카드를 발급받으려고 한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리던 고객이 대뜸 창구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이미 동사무소를 여러 차례 왔다갔다 한 뒤였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고객은 퉁명스러운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직원도 물러서지 않고 고객과 대거리를 벌였다.
지난 4월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국씨티은행 구성지점 강의실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실은 고객과 직원 모두 영업점 직원들이다. 민원예방 교육을 받고 있던 두 사람이 역할극에 몰입하던 중이었다. 강사로 참여한 조종수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부부장이 질문을 던진다. “고객은 왜 화가 났을까요?”
그의 답변이 이어진다. “고객은 직원이 ‘나’를 이해하고 같은 편이길 바라죠. 직원은 말, 목소리, 표정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걸 전해줘야 합니다. ‘소통’이 잘 안돼서 다투는 경우가 많거든요.” 조 부부장은 “고객의 요청이 접수되면 ‘~를 원하시는 거죠?’라고 말한 뒤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이후 처리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은 씨티은행이 올 상반기부터 전국 영업점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민원예방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에 종료된 영업점 방문 강의에 이어, 본사에서 열리는 2차 강의(의무 수강)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실시된다.
씨티은행이 ‘민원 없는 은행’ 만들기에 나선 배경은 그동안 서비스 평가에서 낙제점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민원발생평가에서 농협은행·한국에스시(SC)은행과 함께 가장 낮은 평가(5등급)를 받았다. 은행이 자체 접수한 민원은 지난 한해 동안만 8900여건에 이른다. 2012년에도 5등급, 2013년 4등급을 받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씨티카드 관련 민원이 늘어난데다 지난해에는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겹치면서 민원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박진회 행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자마자, 실적에 앞서 고객불만부터 없애라고 주문했다. 우선 올해부터 민원처리시스템을 대폭 개편했다. 민원은 ‘당일 해결’이 원칙이다. 고객 불만이 나오면 지점장이 본점 영업본부장에게 곧바로 보고하도록 했다. 해결이 안 되면 총영업본부장이 해결 방안을 낸다. 행장이 날마다 민원 발생과 처리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은행 쪽은 전했다.
3월부터는 ‘민원 제로 밴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바쁘더라도 고객에 대한 친절함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은행 직원들이 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세가지 손목밴드를 착용하고 영업점 창구에서 고객을 맞는다. 빨간색은 고객에 대한 열정, 흰색은 정직함, 파란색은 고객과 신뢰 쌓기를 나타낸다. 씨티은행은 올해 1~5월 민원 접수 건수가 전년 동기와 견줘 4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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