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수리 않고 비용 과다 청구
213개 업체중 절반이 엉터리 처리
213개 업체중 절반이 엉터리 처리
자동차 사고로 파손된 도로의 충격흡수기를 제대로 수리하지 않은 채 견적서 위조 등으로 21억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시공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조사대상 업체의 절반 이상이 허위·과장 청구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흡수기는 자동차가 도로구조물과 부딪힐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도로 분리지점에 설치한 장치다. 사고가 나 충격흡수기가 파손되면 해당 차량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 배상을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10~2014년 수도권에서 파손된 충격흡수기를 수리한 213개 시공업체의 보험금 청구 1243건을 전수조사해, 113개사(53%)가 422건의 허위·과장 청구로 보험금 21억3000만원을 부당하게 받아낸 사실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부당하게 받은 보험금은 1개 업체당 평균 1900만원이었다. 특히 시공업체 한 곳은 31건의 보험금 청구 중 84%인 26건을 허위·과장 청구해 1억3000만원을 챙겼다.
이들 시공업체는 충격흡수기 제조업체와의 부품 거래명세표 양식을 완전 위조하거나, 부품 제조업체 직인을 복사한 뒤 오려붙이는 수법으로 허위·과장 청구했다. 또 제조업체와의 거래명세표가 아닌 간이영수증 등을 사용해 일부 파손부위를 수리한 것을 전체를 고친 것처럼 부풀리거나 재생품을 쓰고도 정품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작업 인원수를 실제보다 늘려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충격흡수기는 주로 도로 중앙분리대에 설치돼 있어 파손 현장 접근이 곤란한 탓에, 시공업체가 제출한 보험금 청구 서류에만 의존해 보험금 지급 심사가 이뤄지는 관행을 업체들이 악용했다”며 “충격흡수기의 파손 부위를 제대로 수리하지 않으면 차량 사고 때 운전자 등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사고 차량의 유리막 코팅(자동차 표면의 긁힘이나 변색 방지를 위해 자동차 외관에 코팅제를 입힌 것) 품질보증서를 위·변조해 147건의 허위·과장 청구를 하고 7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18개 정비업체도 적발했다. 정비업체들은 보증기간 연장을 위해 품질보증서에 적힌 최초 유리막 코팅 일자를 조작하거나, 품질보증서상 차종과 차량번호 등을 바꿔 다른 차량의 수리비 허위청구에 사용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업체 가운데 보험사기 혐의가 짙은 23곳(충격흡수기 15곳, 유리막 코팅 8곳)을 수사의뢰하고 나머지 적발업체들도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또 조사결과 드러난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의 문제점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보험사에 통보할 계획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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