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4일 아모레퍼시픽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제주센터)를 운영·지원하는 주요 대기업으로 참여한다는 정보가 몇몇 소식통으로부터 들려왔다. 애초 제주센터는 다음카카오가 사업을 주관하는 ‘정보기술’(IT) 콘셉트로 짜여 있었다. 25일까지 전국 14개 시·도에 문을 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섬유(대구·삼성), 수소연료전지차(광주·현대차), 바이오허브(충북·엘지), 빅데이터(강원·네이버), 태양광(충남·한화)처럼 지역 특성을 결합한 주요 콘셉트를 축으로 구성되며, 대부분 특정 대기업 한 곳이 지역 센터를 주관한다.
다음카카오(이하 다음) 이외에 또다른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이 갑작스레 참여하게 된 배경은 뭘까? <한겨레>는 ‘창조경제’ 컨트롤타워인 미래창조과학부, 아모레, 다음, 제주도청,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공동운영자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취재해봤다. 대개의 취재는 취재원을 늘려갈수록 의문이 줄어드는 법인데, 이번 사안은 반대였다. ‘아모레의 참여’를 처음에 주도한 기관이 어디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미래부 담당 국장은 “제주도가 먼저 아모레 쪽에 참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 미래부가 아모레 쪽에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제주도 미래전략산업과는 “우리가 공식 요청한 게 아니다. 자세한 경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와 달리 아모레 쪽은 “우리가 지난 4월 제주도에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했는데, 미래부의 다른 실무자는 “아모레가 미래부에 참가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미래부 내부에서조차 말이 달랐다.
다음의 한 임원은 “아모레가 어떻게 우리와 함께하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전경련의 담당 팀장은 “아모레 제주센터 참가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의 제주센터 참여가 극비의 보안을 요하는 일은 아닐 터다.
왜 이렇게 관련 당사자들의 말이 다른 것일까? 단순히 기억의 차이일까? 최근 다음에 국세청 세무조사반이 들이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정치적 해석은 물론 성급하다.
현재로선 당사자들의 입을 좀더 빌려 ‘정황’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중간에 낀 제주도 쪽은 “아모레 쪽으로부터 제주센터에 일조하고 싶다는 얘기가 우리한테 전달됐다”며 “그 이전에 미래부-아모레-다음 사이에 어떤 협의가 진행됐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아모레와 미래부의 설명이 다소 혼선을 빚는 가운데, 이번엔 뜻밖에도 다음의 한 팀장이 “다음이 먼저 나서 아모레와 일부 사업을 같이 하는 쪽으로 서로 협력 방안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미래부도 제주도도 아니고 오히려 다음 쪽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요청했다는 말로 들린다.
제주센터와 관련해 ‘아모레’가 등장한 시점도 안갯속이다. “지금부터 한달 전”(제주도),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아모레), “2~3개월 전”(다음), “애초 센터 설립 구상 때 아모레는 없었다. 언제부터 아모레 얘기가 나왔는지 정확히 모른다”(미래부). 다들 말 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안개가 너무 짙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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