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국회 통과
이사회 안에 임원추천위 설치해야
사외이사로 과반수 이상 구성
CEO 임명과정 공시등 투명성 높여
제2금융 대주주도 적격성 심사
이사회 안에 임원추천위 설치해야
사외이사로 과반수 이상 구성
CEO 임명과정 공시등 투명성 높여
제2금융 대주주도 적격성 심사
내년 하반기부터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추천을 거쳐야 선임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 금융계열사의 시이오가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재벌 총수의 낙점이나 그룹 전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명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또 보험·증권·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은행처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대주주가 1년 이상 실형을 받으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과시켰다. 금융업권 전체를 포괄해 공통된 지배구조 체계를 규정한 법률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법안은 우선 금융회사의 이사회 안에 임추위를 설치해 대표이사·대표집행임원·사외이사·감사위원을 추천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한 이사회가 시이오 승계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시이오 임명 과정도 공시하도록 했다. 전략기획·재무관리 등 주요 업무의 집행책임자(비등기 임원)의 임명과 해임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시이오를 임명하기 위해선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이고 위원장까지 맡는 임추위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올려야 한다. 일단 형식상으로는 금융회사 시이오 임명 절차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총수나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벌 금융계열사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위험을 막을 장치를 확보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에서 임추위 설치 대상 금융회사 기준을 자산 2조원 이상으로 규정할 방침인데, 이렇게 하면 삼성·롯데·한화 등 주요 재벌그룹 계열의 보험·증권·카드사들이 포함된다.
금융회사에 대한 임추위 설치 의무화는 지난해 말 금융위가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들어갔다가 삼성을 중심으로 한 재벌그룹의 반발에 밀려 막판에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제정되면서 한층 강화된 규정으로 되살아났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모범규준 제정 과정에선 임추위를 이사회 밖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선 사외이사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이사회 안에 설치하도록 함으로써, 임추위의 독립성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느슨한 규제를 받아온 보험·증권·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대주주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재벌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재벌 오너들이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 적용하는 법률을 금융 관련 법,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3가지로만 한정했다. 이들 가운데 하나를 위반해 금고 1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재벌 총수들이 자주 처벌받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의 횡령·배임죄는 대주주 자격 유지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대부업법 개정안도 통과돼, 이르면 8월부터 평일은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에 대부업 방송광고를 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소액 투자자의 자금을 온라인으로 모아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크라우드펀딩법)도 국회 문턱을 넘어, 내년 초부터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체를 통해 일반 투자자가 연간 5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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