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연대 회원들과 관악 고시촌 1인 거주 청년들이 지난 3월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청년정책 실패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최근 청년 실업률이 두자릿수까지 올라간 데는 수출·제조업에 치우친 경제 성장 방식과 정규직-비정규직 간 간극이 커지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고용 관련 지출이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불과할 만큼 소극적인 고용 정책도 청년 실업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일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종합팀 한상우 과장 등이 내놓은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청년층 고용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청년층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3년 만인 2015년 6월 10.2%까지 올라갔다. 같은 기간, 청년층 실업자 수는 31만3천명에서 44만9천명으로 13만여명 많아졌고, 고용률은 2004년 45.1%에서 10여년 만에 41%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 실업률 대비 청년층 실업률은 2007년 2.88배에서 2013년 3.5배로 증가한 뒤, 올해는 3.93배까지 높아졌다. 중장년층 대비 청년층 실업률은 유럽 주요국인 독일(1.6배), 스페인(1.9배), 프랑스(2.4배) 뿐 아니라 미국(2.1배)이나 아시아의 일본(1.8배)과 견줘도 2배 안팎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수출·제조업 주도의 국내 경제 성장 방식이 청년 실업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 봤다. 국내총생산에서 수출과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각각 30.5%, 22.7%였다가, 지난해 56.8%, 29.0%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3년 기준 이들 업종의 취업유발계수(재화·서비스 10억원 생산 때 생기는 일자리 수)는 각각 7.8명과 8.6명으로 서비스업(17.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것도 청년 실업층 증가의 원인으로 꼽혔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처우 차이가 커진 탓에,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수 감소가 실업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임금 소득자 가운데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차는 4.7배였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미국(5.2배)보다 낮지만, 독일(3.3배), 스페인(3.0배), 이탈리아(2.3배) 등 유럽 주요국보다는 최대 2배까지 높았다. 중소기업 직원의 임금 수준도 2000년 당시 대기업 직원 대비 71.1%였던 것이 2014년에는 60.6%까지 하락했다. 연구팀은 “청년층 취업비중이 늘고 있는 비정규직의 경우, 2013년 기준 월급여액이 정규직의 53.5%에 불과했다. 최근 1년간 직장에서 1년6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무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도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용 관련 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제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한국의 고용 관련 지출 비중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1%에 불과했다. 당시 국내총생산이 1377조5천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8조원 정도의 돈이다. 그나마 공공고용·직업훈련·고용인센티브 등 적극적 지출에 해당하는 비중은 0.32%에 불과했고, 실업보험이나 조기퇴직지원금 등 소극적 지원(0.30%)이 나머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0.53%)보다 다소 높지만 독일(1.68%)이나 이탈리아(2.07%), 프랑스(2.3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한 과장은 “청년들이 구직단념자로 전락하면 실업 장기화와 인적 자본 축적도 저해되는 만큼, 직업교육 훈련 시스템 축적·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정년 연장과 연금제도 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청년층 고용문제를 발생시킬 여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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