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증가분의 85%에 이르러
집값 하락땐 은행 손실위험 커
집값 하락땐 은행 손실위험 커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주택가격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60%를 초과하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 잔액이 전년보다 27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총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인 31조5000억원의 85%에 이르는 규모로, 그만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은행의 손실 위험이 큰 조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이란 주택가격에 견주어 주택담보대출금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나타낸 비율이다. 아파트 감정가가 3억원이고 주택담보인정비율이 70%라면 대출가능 금액은 2억1000만원으로 한정된다. 정부는 원래 50~70%로 적용하던 주택담보인정비율을 지난해 8월1일부터 70%로 일괄 상향 조정해 대출한도 조건을 완화했다.
그런데 주택담보인정비율이 높으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은행의 손실 위험이 커져 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예컨대, 주택가격 1억원, 주택담보인정비율 50%인 경우 주택가격이 7000만원으로 떨어져도 대출금 5000만원보다는 높기 때문에 돈 빌린 사람이 이자 연체 등 부도를 내더라도 은행의 손실 위험이 없다. 하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이 80%라면 대출금 8000만원에 견줘 주택가격이 낮으므로 은행은 손실 위험이 생긴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정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316조3000억원보다 31조5000억원 늘어난 347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 60%를 초과한 대출 잔액은 87조9000억원(전체의 25.3%)으로 2013년(60조9000억원)보다 27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31조5000억원 가운데 27조원(85%)이 주택담보인정비율 60%를 초과한 형태로 이뤄진 것이다. 이는 2013년 주택담보인정비율 60%를 초과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12년보다 6조원 증가한 것에 견주면 4.5배 늘어난 수치다.
박 의원실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경기 침체 등으로 생활 여건이 악화한 가계가 신규 대출이나 기존 대출에 더해 (주택담보인정비율이) 늘어난 한도 끝까지 위험대출을 늘렸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늦은 대책 마련으로 이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 강화 등 대출 억제 정책을 아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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