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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후계자에서 야인으로 ‘비운의 삶’…이맹희 전 회장 별세

등록 2015-08-14 20:53수정 2015-08-14 22:31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1987년 11월 23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영구차를 따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자,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연합뉴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1987년 11월 23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영구차를 따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자,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부친이다. 연합뉴스
초기 삼성그룹 주요 요직 거쳤으나
경영부진·‘모반사건’으로 눈밖에 나
고 이병철, 3남 이건희 후계자 지목
동생 상대로 한 유산분배 소송 패소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오전 9시39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폐암 등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씨제이(CJ)그룹이 전했다. 향년 84. 한때 삼성그룹 후계구도 선두에 있던 그는 아버지·동생(이건희 회장)과 얽힌 애증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 오랫동안 ‘은둔의 생활’을 해왔다.

1931년 경남 의령에서 이병철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11살 아래 막내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그는 재벌가 ‘비운의 황태자’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일본과 미국 유학을 거친 고인은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삼성물산 부사장, 중앙일보 부사장, 삼성전자 부사장 등 초기 삼성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약력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약력
67년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자 그룹 총수 역할을 이어받았다. 그는 기회라고 여겼겠지만 머지않아 한국비료 사건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이병철 회장은 은퇴 선언 뒤 1년3개월 만에 삼성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유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훗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맹희에게 그룹 일부를 맡겼는데 6개월도 채 못 돼 그룹이 혼란에 빠졌다”고 썼다. 70년 한국비료 사건으로 복역하고 나온 차남 고 이창희(전 새한미디어 회장)씨가 아버지가 외화 밀반출, 탈세 등을 저질렀다는 투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는 이른바 ‘모반 사건’이 일어났다. 고인은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모반 사건은 동생 창희가 투서한 일인데, 투서에 나도 같이 개입했다고 아버지가 오해한 듯하다”고 썼다. 장남과 차남이 아버지 눈 밖에 난 상황에서 1976년 삼남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지목됐다.

고인은 그 뒤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해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고, 1980년대부터 몽골과 중국 등 국외를 떠돌며 야인 같은 삶을 살았다. 1994년 부인 손복남(현 씨제이그룹 고문)씨가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바꿔 제일제당이 삼성에서 계열분리됐고, 그의 장남 이재현 회장이 씨제이그룹을 이끌게 됐지만 고인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한동안 세간에서 잊힌 고인은 2012년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아버지가 남긴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유산분배 소송을 냈다. 인생 막바지까지 동생과 싸움을 벌인 셈이지만, 1·2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를 포기했다. 소송이 한창이던 2012년 말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가족들 가운데 누구도 고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삼성가의 장손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도 비운의 운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1657억원 탈세 등의 혐의로 2013년 구속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는데다 신장 이식 수술까지 받은 이 회장은 오는 11월까지 주거지가 현재 입원중인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되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그 밖에 유족으로 맏딸 이미경 씨제이그룹 부회장과 차남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있다.

씨제이그룹은 이날 “고 이맹희 ‘씨제이 명예회장’에 대한 장례식은 씨제이그룹장으로 치를 것이며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의 운구 절차 협의 문제로 장례 시기 및 발인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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