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9월 기준금리를 지난달과 같은 1.50%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과 시중 통화량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만큼 완화적이고, 장기채권 금리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다”고 말해 최근 일부 외국 투자은행(IB)들이 제기한 ‘10월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은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다”며 “국내 경제도 내수 쪽에서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가계 부채는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총액 1100조원대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매달 추가로 급증하는 데다, 다음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불안정한 중국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총재는 “은행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저금리와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130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개월 동안 은행 가계대출은 매달 7조~8조원씩 폭증하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고려됐다. 이 총재는 “국내 기초 경제 여건과 외환 건전성이 양호해 미 금리 인상 충격이 다른 신흥국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미 금리 인상이 중국 경제 불안이나 특정 신흥국 위기와 맞물리면서 한국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뒤, 비슷한 시기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한꺼번에 큰 폭으로 좁혀지면서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이 총재는 또 “국내 장기 시장금리나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제로(0)’인 미국과 같거나 더 낮은 수준에 있다. 현재 금리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시중 통화량(M2) 증가율도 전년대비 9%를 웃도는 등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해 다음달 기준금리도 동결될 여지를 내비쳤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금리를 인하할 주요 변수가 없다는 뜻으로, 갑작스레 특별한 요인이 생기지 않으면 다음달 기준금리도 이번달과 비슷한 판단이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향후 국내 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지난 7월 한은이 전망한 경제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 향후 예상 성장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경우에 따른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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