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새누리당의 ‘포털 뉴스 편집’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 재개’ 방침이 발표되면서 정부·여당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옥죄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감청과 뉴스 편집 관련 시비 등은 오롯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조경제’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되레 국내 디지털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7일부터 ‘카카오톡 감청’을 재개하기로 했는데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의 이런 ‘실시간 감청’의 대상이 되는 메신저는 국내 기업이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뿐이다. 10월 현재 인터넷 메신저 인기 순위를 보면, 1위인 ‘카카오톡’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메신저들은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행아웃, 텔레그램 등 모두 미국과 독일 등 외국 업체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국내 감청 영장의 대상이 아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신저 ‘라인’조차도 네이버의 일본 법인이자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할 필요가 없다. 국내 수사기관이 일본 경시청 등에 수사 협조를 구한다고 해도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시간 감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이용자들이 국내에서 실시간 감청을 피하려면 외국 메신저를 쓰면 되는 셈이다.
개인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인터넷 메신저의 특성상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는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인터넷 기업 임원은 “지난번 사이버 망명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카카오가 과연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인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렇게 정부가 국내 메신저만 계속 압박하는 것은 한국 메신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만든 보고서로 촉발된 ‘포털 뉴스 편집 시비’도 네이버와 다음,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만을 겨냥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뉴스가 유통되는 외국 인터넷 서비스는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네이버와 다음은 두 차례나 불려갔다. 윤영찬 네이버 이사와 이병선 카카오 이사는 7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뉴스 편집이 편향됐다”는 공격을 받았다. 두 이사는 지난달 열린 정무위 국감에도 참석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임위를 바꿔가면서 출석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6년부터 새누리당이 큰 선거를 앞두고는 매번 이렇게 해왔다”고 지적하며 정부·여당의 ‘포털 길들이기’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뉴스 메인화면에 배치되는 기사와 제목은 의도적인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월부터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포털 업체 간부는 “인터넷과 모바일 세계에서 전세계 기업들이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만 정치적인 위험에 시달리는 바람에 엉뚱한 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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