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일시상환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다가 분할상환 방식으로 갈아탈 경우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재산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자만 내고 원금을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이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 의도가 담겨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고 11일 밝혔다. 개정안은 기존의 일시상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바꾸면 기존의 엘티브이·디티아이를 그대로 인정하도록 했다. 다만 대출금을 증액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후속 조처다. 금융위는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내년 초부터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런데 일시상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바꾸려 했던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엘티브이·디티아이를 다시 산정하는 과정에서 대출금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상환 방식 변경을 포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위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현행 규정을 적용하면 기존 대출 시점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대출자의 소득이 감소한 경우에는 엘티브이·디티아이를 재산정할 때 대출 총액이 줄어들어 감소한 대출액만큼을 당장 상환해야 한다.
예를 들면, 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현행 엘티브이 규제 최고 한도인 70%를 적용받아 3억5000만원을 빌린 대출자의 주택 가격이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최대 대출액이 3억15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때문에 엘티브이 재산정 과정에서 3500만원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소득이 줄어든 금융소비자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디티아이 최고 한도인 60%를 적용받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3000만원인 대출을 받았는데, 연소득이 4000만원으로 줄었다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400만원이 되도록 대출 총액을 줄여야 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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