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시민자치와 공공의 혁신리더십 포럼’에서 도시혁신 전문가인 찰스 랜드리와 성북, 은평, 동작의 세 구청장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성북구청 제공
풀뿌리 단체장·도시혁신 전문가
시민자치·공공 혁신리더십 포럼
시민자치·공공 혁신리더십 포럼
찰스 랜드리
“서울, 5년전과 달라…진전” 공공이익 활용 토지·공간 부족
“비슷한 도시의 해결책 공유를”
창의적 관료 ‘주민 참여’ 조성
“사회적경제도 자발적 참여 중요” “서울이 5년 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뭔가 태동하고 있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랜드리가 서울 곳곳의 혁신 실험 현장을 둘러본 소감이다. 하지만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에겐 고민이 많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때론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 사회적 경제 등이 필요한데, 현실에서 우리의 생활은 대부분 대기업, 금융자본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괴리를 어떻게 좁혀가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뼈해장국처럼 적은 투입 큰 성과” 랜드리는 “시장을 좀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토지나 공간 등의 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관리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혁신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관련 제도를 만든 외국도시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토지를 매각할 때 최고가에 낙찰하기보다 도시 전체에 이익을 주는가를 우선적으로 평가해 그 기준에서 맞춰 최고의 프로젝트를 낙점한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여러 도시개발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사업환경개선지구(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를 만들어 주민참여를 이끌고 있다. 지자체가 도시 전체의 이익이라는 큰 관점에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에 주민들이 참여해 투자자, 개발자 등과 협력하며 지역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도시발전을 일궈낸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런 외국 사례와 달리 한국에서는 주민과 함께 지역 발전을 일궈가기 위해 기초지자체가 활용할 토지와 공간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우리는 외국과 달리 대부분이 사유지이기에 토지와 공간을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랜드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창조적 해법을 언급했다. 창조적 해법은 창의적인 사고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연대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랜드리는 “앞서 사례로 든 미국의 사업환경개선지구는 공공의 자산인 도로를 활용해 주민과 기업에 개선된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다른 국가나 도시에서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를 공유하면서 좀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랜드리가 정의한, 시민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창조도시에서의 창의적 관료의 개념을 덧붙였다. “창의적 관료는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며 “참석한 단체장들이 생각하는 창의적 관료의 모습은 무엇인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자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뼈다귀해장국처럼 적은 투입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고 하는데 이런 게 창의적 관료조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예컨대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집행하면 두세 배의 정책적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주민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가장 효율이 좋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정책을 펼치려 한다는 얘기다.
이창우 동작구청장
참여 끌어내기 위해 열정 필요”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창의적 관료는 모방을 잘 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자치구에서 충분히 성공하고 있는 사례들 중에 지역에 맞는 사업들을 찾아 적용하자는 지론이다. 그것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곧 ‘창의적인 공무원’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본다. 이창우 구청장은 “더 중요한 것은 따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고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주민 사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 등의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하거나 주민 아이디어를 정책과제로 마련해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
시민 요구 순서대로 정책 결정”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창의성과 관료주의는 상당히 충돌하는 가치인데 잘 조화가 된다면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창의력의 원천으로 자부심과 시대정신, 두 가지를 꼽으며 이를 북돋우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고, 시민을 위해 자원을 써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잘 공유할 때 공무원들은 창의적으로 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시민들이 요구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일이 결정될 때 공무원들도 그에 맞춰 일한다. 성북구에서는 시민들이 우선시하는 주제들이 곧 지자체가 우선시하는 과제가 되도록 한다. 공무원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학습이나 워크숍 등의 기회도 꾸준히 마련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수행 과제의 강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거나 다른 곳의 사례를 지역에 맞게 적용시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세 구청장 모두 공통적으로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참여를 토대로 지역사회가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창의적 관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랜드리는 이러한 창의적 관료에 대한 세 구청장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더 나아가 “자치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는 그 조직 내의 문화와 분위기이다. 창의적 관료제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리더의 역할을 덧붙였다. 변화의 과정에 있을 때는 조직을 조정·관리하는 기술보다 변화를 추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 지도자는 단순한 전략가에 머무르지 말고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자발적인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자극하며, 큰 그림을 설명하고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대개 리더는 명령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왔지만 이제 이런 리더십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랜드리는 조언했다. 통제를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리더의 역할과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창의적인 도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랜드리는 강조했다. 창조도시와 사회적 경제는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랜드리는 “창조도시와 사회적 경제는 서로 굉장히 맞닿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경제에도 창조도시에서처럼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에서는 지역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공동체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동작구의 성대골 에너지 마을은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참여하는 주민들의 창의성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랜드리는 현장탐방에서 들었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고, 또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오늘의 논의가 시민들이 실제로 신뢰를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숙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 기획위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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