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씨소프트 주식 모두 처분
올해 초 엔씨 경영권 놓고 갈등 겪어
올해 초 엔씨 경영권 놓고 갈등 겪어
국내 게임업계의 1, 2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3년 만에 ‘불편한 동거’를 끝냈다.
넥슨코리아의 본사이자 일본 도쿄증시 상장사인 넥슨㈜은 16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엔씨소프트 지분 15.08%(330만주)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18만3000원(1만9179엔)으로, 전체 총금액은 6051억6200만원이다. 2012년 지분 인수 당시 주당 25만원에 사들여 한화로는 20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차이로 엔화로 환산하면 62억엔(586억9726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번 시간 외 대량매매에 참여해 엔씨소프트 지분 44만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김 대표의 지분은 11.99%, 특수관계인 등 지분까지 합치면 12%를 넘어섰다. 현재 최대주주는 12.2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지만 나머지 지분의 향방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
오언 머호니 넥슨 대표이사는 “지난 3년 동안 엔씨소프트와 예상대로 협력이 진행되지 않아 이 자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엔씨소프트와 함께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한 임원은 “오랜 숙제가 해결됐으니 앞으로 넥슨과 더욱 잘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 관계가 얽힌 것은 2012년부터다. 서울대 공대 선후배로 국내 게임업계 1, 2위 기업의 창업자인 넥슨의 김정주 엔엑스씨(NXC·넥슨지주회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미국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과정에서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주당 25만원(8045억원어치)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 계획은 불발에 그쳤고 이후 3년 동안 ‘어색한 지분 관계’는 유지됐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 15%를 넘기면서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합병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왔다. 올해 초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임지선 김재섭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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