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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주파수 할당 ‘뻔뻔한’ 이통사

등록 2015-10-22 20:04

현장에서
2001년 할당돼 내년 12월3일로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2.1㎓ 대역의 100㎒ 분량 주파수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할당할 것인지를 두고 이동통신 업계가 벌써부터 시끌시끌하다. 할당 방식은 사용기한 만료 1년 전에 미래창조과학부가 공표하게 돼 있는데, 이통사들이 이를 자신한테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여론전에 돌입한 탓이다.

내년에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주파수는 3세대(WCDMA) 이동통신용으로 사용되던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60㎒, 케이티(KT)가 40㎒ 분량을 쓰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주파수를 회수하면 통화 품질에 문제가 생겨 이용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현행 사업자한테 그냥 ‘재할당’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 주파수를 쓰지 않는 엘지유플러스(LGU+)는 공정 경쟁과 정책의 일관성을 들어 “전량 회수한 뒤 경매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의 ‘뻔뻔함’이다. 이들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원가 공개 주장에 대해 “요금은 이용자가 누리는 효용가치로 정하지, 원가는 따지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공공재인 주파수의 가격을 결정하는 문제를 두고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효용가치로 값이 매겨지는 경매 절차를 온갖 구실을 들어 피해가려 하는 것이다.

주파수를 경매에 부치지 않고 기존 사업자한테 재할당하자는 것은 “헐값에 계속 쓰게 해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당 5000억원 정도만 받으라는 얘기인데, 이전 사례를 고려하면 절반 값에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과거 1.8㎓ 대역 주파수를 회수한 뒤 경매에 부쳤을 때 20㎒당 1조원 안팎에 낙찰된 전례가 있다. 희소한 공공재인 주파수는 헐값에 쓰겠다고 하면서, 그 주파수로 제공되는 통신 요금은 내 맘대로 받겠다고 하니 이율배반인 셈이다.

미래부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미래부는 지난해 사용기한 만료가 다가온 3세대용 주파수 일부를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가 엘티이(LTE)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주파수 회수를 피하려고 ‘알박기’하는 것을 정부가 눈감아줬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임대기한 만료를 앞둔 세입자가 건물주 동의를 받아 인테리어 공사를 했으니,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계속 살게 해달라고 버티는 모양새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문제의 주파수를 전량 회수한 뒤 경매를 통해 다시 할당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 요구대로 재할당할 경우 3조원 이상의 특혜를 주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절충을 한다고 일부만 회수해 경매에 부치면 동일 대역의 동일 용도 주파수 가격이 제각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재섭 기자
김재섭 기자
학계 전문가들은 “통화 품질 유지에 필요하면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제 값을 내고 낙찰을 받으면 된다. 미래부가 이통사 편을 들어 주파수를 달라는 대로 내어주다 보니, 이통사들이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런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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