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엔 ‘모바일 퍼스트’(모바일 우선)였지만, 앞으로의 5년은 ‘모바일 온리’(오직 모바일)다. 인생은 짧다. 지금 시작하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을 이끌고 있는, 하지만 ‘구글’조차 알파벳 ‘G’(Google) 하나에 불과하다며 지난 8월 지주회사 ‘알파벳’을 세운 에릭 슈밋(60) 회장이 29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행사에 참석해 ‘스타트업의 미래와 글로벌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창업을 고민하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수백명이 몰려들어,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밖에서 따로 유튜브 생중계를 봐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몰려든 인파를 본 슈밋 회장은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에너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른색 넥타이에 푸른빛이 감도는 양복을 입고 소파에 기대앉은 그는 재치있는 화술로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가장 빠른 인터넷으로 모두가 연결돼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라며 “이런 강점 때문에 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세워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인생은 짧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특히 젊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에서 성공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5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를 ‘모바일 온리’로 설명했다. “5년 전에 내가 ‘모바일 퍼스트’를 이야기했다면 이제 향후 5년은 ‘모바일 온리’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며 “특히 무인자동차나 의료 검사, 이미지 판독 등 머신러닝(스스로 학습해 기계가 더욱 정교해지도록 하는 기술)은 의료, 교육 등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머신러닝 관련 프로젝트를 100여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가 엄마랑 껴안고 있는 사진을 스스로 찾아주는 방식의 ‘구글 포토’를 예로 들어 조만간 ‘컴퓨터의 눈’을 통해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 중산층의 성장”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곤에서 벗어난 중산층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고, 이들을 위한 기술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언어 장벽 문제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혁신적 기술이 나올 것이다. 한국어만 잘해도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대해선 “민간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게 하고 정부는 세제 혜택과 교육분야 투자 등을 통해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면 된다”고 강조했다.
슈밋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열린 ‘테크토크’ 강연에서도 “피곤하거나 술에 취한 사람 대신 컴퓨터가 차량을 운전하면 더 나을 수 있다”며 “미래에는 머신러닝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을 더욱 똑똑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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