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예당호 도수로 415억 배정
낡은 상수도관 교체엔 ‘나몰라라’
낡은 상수도관 교체엔 ‘나몰라라’
정부가 가뭄 대책을 추진하면서 4대강 관련 사업은 ‘일사천리’로 예산을 반영한 반면, 시급한 상수도관 보수·교체 사업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8개 관련 기관과 충남도, 수자원공사 등이 참석한 ‘2차 물관리협의회’를 열어 가뭄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금강 공주보~충남 예당호’ 도수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사실상 결론을 냈다고 9일 전했다.
정부는 이 사업에 2015년 예산으로 설계비 15억원, 2016년 예산으로 공사비 400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에는 3년 동안 모두 988억원의 사업비가 든다. 이 사업은 공주보에서 예당호까지 32㎞의 송수관로를 건설해 하루 20만톤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5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해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부에 건의했으나, 그동안 진전이 없었다.
이 사업이 전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현재 16개 보에 6억2630만톤의 물을 모아뒀으나, 올해 사용 실적은 0.003%인 2만1150톤에 그친다. 이 때문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가뭄에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자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을 활용하기 위해 지천 사업 등 2차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충남도가 요청한 상수도관 누수 방지 사업 예산 385억원과, 환경부가 요구한 낡은 상수도관 교체를 위한 134억원은 ‘지방 사무’라는 이유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사업은 충남도와 환경부 등이 그동안 줄곧 요구해온 사업들이다. 가뭄이 극심한 충남도 8개 시·군의 유수율(공급한 수돗물 가운데 요금을 부과한 비율)은 64.5%로 전국 평균보다 19.7%포인트나 낮아 상수도관 보수·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가뭄 대책으로 상수도관 보수·교체 등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 사업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가뭄을 4대강 사업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으려는 잘못된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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