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7명 고소

보고 거부 등 업무방해 혐의로
주력사 등기이사 신분 자격
롯데 “보고 의사 여러번 전달”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7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미 모든 대표이사 지위를 잃은 일본에서와 달리 신 총괄회장은 한국에서는 주력 회사들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찌 대응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고령에 판단력이 온전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의 지위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주변인들이 이용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회사 내 법적 지위를 유지하며 거액의 보수를 받는 게 온당하냐는 질문을 부르는 것이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두우는 지난 12일 신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제과,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법무법인 두우는 “7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지난 10월20일께부터 현재까지 총괄회장의 거듭된 서면·구두 지시에도 언론을 통해 비서실장 교체 등을 압박하면서 일체의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 업무방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상주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이전까지 날마다 이뤄지던 계열사 업무보고를 중단했다. 외부인이 배석하는 자리에서 회사 기밀이 담긴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이번 고소에 대해 “경영상 혼란을 주려는 근거 없는 소송이다. 롯데그룹 각사 대표이사들은 총괄회장님께 언제든지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으며, 보고 의사도 여러 번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지난 7월 이른바 ‘손가락 해임’ 사태 직후 신 총괄회장의 대표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의 모든 대표 지위를 박탈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신 총괄회장은 여전히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롯데제과·롯데건설·롯데알미늄·대홍기획·부산롯데호텔·롯데자이언츠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롯데그룹 임원은 “총괄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서 이를 이용해서 공격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