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직원이 고액체납자의 재산추적조사 과정에서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돈다발이 든 가죽가방을 끄집어내고 있다. 가방 안에는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외화 1억원어치의 지폐 등 6억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국세청 제공/연합뉴스
고액 상습체납 2226명 공개
지난 9월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관 5명은 대구 외곽의 한 전원주택을 덮쳤다. 조사관들은 양도소득세 9억원을 체납한 집주인 서아무개씨가 수억원의 돈을 이 집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다. 숨겨둔 돈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 그곳에 은밀히 놔둔 검은 가죽가방에는 5만원권과 100달러 지폐 뭉치 다발이 가득했다. 모두 6억원어치였다.
25일 국세청은 기상천외한 체납자의 재산 은닉 수법과 적발 사례를 공개했다. 소득세 수백억원을 내지 않은 채 서울 성북동 고급주택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재산 은닉을 위해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에서 빼돌린 돈을 미국에 세운 유령회사에 넣은 뒤, 이 회사 명의로 현재 살고 있는 시가 8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국세청은 이 곳에서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등을 발견해 이를 압류·봉인했다.
해외 유령회사 명의로 80억 주택
폐업 후 미술품 은닉 등 수법 백태
올해 체납액 3조7832억원 달해
방산비리 박기성씨 276억으로 1위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폐업한 뒤, 미술품을 딴 곳에 숨겨놓고 차명으로 사업을 하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들은 미행과 탐문을 거쳐 김씨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타인 명의로 해 놓은 오피스텔의 존재를 파악했고, 그 곳에서 숨겨놓은 미술품 500여점을 찾아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브리핑에서 “‘현장수색 집중기간’으로 정한 지난 9월 한 달에만 체납자 137명의 재산을 압류하고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에게서 징수한 현금은 2조3000억원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이날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법인 포함)의 이름과 직업, 주소, 체납액 등의 정보도 국세청 누리집과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 1년 이상 체납한 국세가 5억원이 넘고 체납액의 30%도 납부하지 않을 때 명단 공개 대상이 된다. 올해 공개된 체납자의 체납액은 모두 3조7832억원이다.
1526명의 개인체납자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 박기성씨가 눈에 띈다. 박씨는 법인세 등 모두 276억원을 체납해 올해 명단 공개자 중 체납액 1위에 올랐다. 박씨는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40여억원의 정비 예산을 떼먹었다가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세포탈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이달 초 징역 2년6월, 벌금 47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인 700곳 중에는 씨앤에이취케미칼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490억원 체납해 1위에 올랐다.
심달훈 국장은 “공개된 명단을 토대로 국민들이 (체납자들의) 은닉 재산 소재를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세청은 은닉재산을 신고할 경우 최고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폐업 후 미술품 은닉 등 수법 백태
올해 체납액 3조7832억원 달해
방산비리 박기성씨 276억으로 1위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폐업한 뒤, 미술품을 딴 곳에 숨겨놓고 차명으로 사업을 하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들은 미행과 탐문을 거쳐 김씨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타인 명의로 해 놓은 오피스텔의 존재를 파악했고, 그 곳에서 숨겨놓은 미술품 500여점을 찾아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브리핑에서 “‘현장수색 집중기간’으로 정한 지난 9월 한 달에만 체납자 137명의 재산을 압류하고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국세청이 고액 체납자에게서 징수한 현금은 2조3000억원이다.
5억원 이상 고액 체납자 현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