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소비세 인하 약발 끝
11월 대형마트 매출 다시 감소
11월 대형마트 매출 다시 감소
9~10월 증가했던 대형마트 매출이 11월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백화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 우려했던 ‘소비 절벽’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 절벽은 정부의 인위적 내수 촉진 정책으로 소비가 짧은 기간 늘어났다가 곧바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단기 처방의 효과가 소진됐다며 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건전성 제고에 정책의 중심을 둬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을 보면,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11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0.6% 줄었다.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한 것은 메르스 여파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던 6월(-4.4%)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백화점 매출과 신용·체크카드 사용액 등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11월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1% 늘었으나, 증가 폭은 10월(17.4%)과 견주면 곤두박질했다. 카드 사용액도 10월에 13.1% 늘어났으나 11월엔 9.8% 증가했다.
정부의 내수 촉진 정책이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10월 주요 유통업체들을 동원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었다. 앞서 8월 말에는 자동차와 명품 가방 등 고가품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깎아줬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경제 성장을 위한 단기 수단들을 정부가 거의 다 쓴 상태다. 내년은 잠재성장률을 높일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경기보다 금융건전성 제고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를 정부에 주문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실질)을 2.6%로 전망했다. 5월에 내놓은 전망치 3.0%보다 0.4%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또 내년 성장률도 2% 중반대에 머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앞서 내놓은 전망과 비슷하다. 반면 정부는 9월 국회에 ‘2016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3.2%로 전제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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