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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민 쌈짓돈까지 끌어다 부동산·SOC에 투입

등록 2015-12-16 19:50수정 2015-12-16 22:31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경제 부처 장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경제 부처 장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민연금 등 연기금 동원 경기 띄우기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을 긴축적으로 편성한 탓에 경기 관리를 위해 쓸 수 있는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라 곳간(재정)을 비우지 않기 위해 국민 쌈짓돈(연금)을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사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국내 ‘대체 투자’ 확대 방안이 담겼다.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올해 8월 현재 21조5천억원 수준인 대체투자 누적 규모(투자 자산의 가치)를 내년엔 31조2천억원까지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됐다. 이 목표가 현실화되면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대체투자 자산 비중은 8월 현재 4.4%에서 내년엔 5.5%로 1.1%포인트 뛰어오른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자산이 아닌 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사모펀드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은 전통적 자산 투자 비중이 국외 주요 연기금에 견줘 높은 편이다. 정부가 이번에 대체투자 확대 근거로 ‘투자 다변화’를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매년 국민연금을 포함해 국내 연기금에 80조원 정도가 새로 들어온다. 이 돈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 대체투자에 쓰인다면 국내 유효 수요가 늘어나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기금을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내수 부양 효과를 거두겠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불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 확대가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자산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별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체투자 누적규모 10조가량 늘려
정부 계획대로면 내년 증가율 44%

“기금운용 안정성·독립성 훼손” 비판
운영위에선 “신중한 접근” 요구해와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자산 투자액 증감률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자산 투자액 증감률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국민연금 내부에선 대체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최근 3년치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연금의 국내 대체투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2013년엔 “국내 대체투자 시장이 향후 5년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심층적으로 수행되지 않았다. 대체투자의 목표 비중 자체가 적절히 설정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5월에는 애초 설정한 ‘중기 대체투자 목표 비중’ 자체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환경 변화를 계기로 대체투자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민연금은 2012년부터 국내 대체투자 규모 증가 폭을 줄여왔다. 국민연금의 국내 대체투자 규모 증가율(전년비)은 2012년 17.9%, 2013년 12.1%, 2014년 8.0%였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대체투자 규모가 오히려 9994억원 감소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대비 내년 대체투자 규모 증가율은 44.9%로 치솟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 운용은 가입자 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의 논의와 의결을 토대로 이뤄진다”며 정부의 이번 방안을 에둘러 비판했다.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 결정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투자 비중을 언급하는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이 높아 시장 왜곡이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들이 있다. 정부도 기금운용위원회의 한 구성원인 만큼 국내 대체투자 확대 의견을 개진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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