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6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워싱턴 연준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미 9년6개월만에 금리인상
코스피 상승에 환율도 소폭 올라
외국인 순매도 650억원 남짓 기록
이주열 총재 “중국 경기 지켜봐야”
전문가 “미 금리인상 속도에 대비를”
코스피 상승에 환율도 소폭 올라
외국인 순매도 650억원 남짓 기록
이주열 총재 “중국 경기 지켜봐야”
전문가 “미 금리인상 속도에 대비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년6개월 만의 금리 인상에도 국내 금융시장에 우려했던 충격은 없었다. 정부는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여타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따른 반사이익에 주목했다.
정부는 17일 금융시장 개장 전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새벽에 전해온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회의 뒤 “미국 금리인상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미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국제금융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신흥국의 위험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만큼, 상황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와 비슷한 견해였지만, 다만 “중국의 경기상황이나 유가 하락 등의 변수가 많아서 앞으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내 주식·외환·채권시장 등은 모두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8.56(0.43%), 10.84(1.67%) 소폭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50억원 남짓 순매도하며 12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이어갔으나, 그 강도는 세지 않았다. 5년 만기 국고채 등 주요 채권 가치가 강세를 띠며 금리가 떨어졌다. 국가의 종합적인 신용도를 보여주는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5년물)도 2.5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요소”라고 평가한 뒤, “중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미국의 유동성 회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또다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앞선 두차례의 국제금융시장 불안 상황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 5월 당시 미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시작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 시기와 지난해 말 국제유가 폭락을 계기로 나타난 시장 불안, 올해 8월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 가치 절하 조처에 따른 중국 경착륙 우려 부각 시기 등을 상대적으로 무난히 통과해왔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급속한 외환 유출과 주식·채권가치 폭락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원유 등 원자재 수출국이 아닌데다 44개월 경상수지 흑자, 높은 재정건전성과 우수한 국가신용등급 등 경제의 기본 체력이 러시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여타 신흥국보다 월등히 낫기 때문이다. 러시아·브라질·인도네시아는 세계 금융시장에 위험이 불거질 때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정부 발행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러시아와 브라질의 국가신용부도스와프프리미엄은 모두 상승했다. 주형환 기재부 차관은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우리나라 경제와 다른 신흥국 간 차별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잠재 위험에 대한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는 “외부 위험 발생시 이를 증폭시킬 수 있는 우리 내부의 잠재 취약 요인을 선제적으로 해소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김경락 기자, 김효진 기자 sp96@hani.co.kr
주요 신흥국과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지수(CDS프리미엄)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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