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밝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 부총리는 자신이 주재하는 “마지막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욕먹을 각오하고 개혁 시동건 해”
기재부 “서민주거환경 개선” 맞장구
가계·기업 부채 급증 등은 외면
인위적 내수 부양 성과 챙기고
후유증은 후임자에게 넘기는 꼴
기재부 “서민주거환경 개선” 맞장구
가계·기업 부채 급증 등은 외면
인위적 내수 부양 성과 챙기고
후유증은 후임자에게 넘기는 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지도에 없는 길을 쉼 없이 달려온 한해”라며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주요 국가 중 세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서민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민생경제가 회복됐다”고 올 한해를 평가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지난달 생산·투자·소비 등 경기 관련 지표는 일제히 추락했다.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 부총리가 주도한 인위적 내수 부양책이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최 부총리가 빚으로 경기를 부양해 얻은 과실은 자신의 몫으로 하면서 그 후유증은 후임자에게 떠맡기는 모양새가 됐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과 구조 개혁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한해였다”며 “세계경제 회복 지연과 예기치 않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대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주요 국가 중 세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십년간 방치돼온 구조적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욕먹을 각오로 끈질기게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입법 지연과 관련해 야당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우산을 준비하자고 하는데 (야당이) 필요 없다고 하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업법과 관련해선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야당 주장은 근거가 없다. 특히 보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는데도 (야당이) 막무가내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재부 출입기자단과의 다과회 자리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구조개혁과 관련해 “역대 어느 정부가, 어느 부총리가 (구조개혁 필요성을) 몰랐던 사람이 어디 있겠나. ‘(구조개혁은) 내가 하면 욕먹을 테니 누군가 하겠지’ 하며 누적된 적폐였다. (나는) 처음에는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구조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고, 첫 단추도 끼웠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이날 ‘2015년 한국경제 성과와 과제’란 보도자료를 내어, “고용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재정건전성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역대 최고 국가신용등급도 달성했다”고 밝혔다. 평가 자료 11장(A4) 중 8장이 이런 자화자찬 식 평가였다. 특히 뒷걸음친 올해 성장률과 급증한 가계·기업 부채, 치솟은 제조업 재고율, 부진한 가계소득 증가율, 주요 국가 대비 낮은 소득분배율 등 악화됐거나 개선이 더딘 지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생산(계절조정)이 전월보다 0.5% 줄어드는 등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소비는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감소폭은 지난 6월(3.4%) 이후 최대폭(1.1%)이다. 이는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단기 소비부양책이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 이런 소비절벽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부총리는 “내년 우리 경제에 큰 파고가 예상된다. 유일호 후보자가 잘해낼 것”이라며 “국회에 복귀하더라도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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