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180억원 규모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사업 공개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내부 기밀을 유출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한겨레> 1월15일치 16면), 이 사업에서 제일 처음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었다가 밀려난 중소기업이 재입찰 계약 절차를 정지시켜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중소기업 비즈가온은 21일 철도공사의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인 ‘코비스 구축 사업’의 계약 절차 진행을 중단시키고, 철도공사가 애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비즈가온에 대해 협상 결렬을 통보한 것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에 냈다고 22일 밝혔다.
비즈가온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코비스 구축 사업 공개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기술협상 과정에서 투입 인력 등을 문제삼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2순위자였던 농심데이타시스템 컨소시엄과 협상에 들어갔다. 비즈가온 쪽이 강력히 반발하자 철도공사는 농심 쪽과의 협상도 결렬시킨 뒤 지난해 10월 재입찰을 공고했다. 비즈가온은 재입찰에 다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에이에스피엔(ASPN)이라는 업체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밀려났다.
철도공사 간부들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최근 조사를 마친 국민권익위원회의 처리결과 통보서를 보면, 권익위는 철도공사 간부 2명이 입찰 진행 과정에서 농심데이타시스템 쪽과 만나 내부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철도공사 임직원 행동강령 제11조(이권개입 등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공사 쪽에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철도공사 직원들이 업체로부터 향응과 외국여행 경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전지방검찰청에 관련 내용을 송부했다.
앞서 철도공사는 입찰 과정에서 벌어진 부정행위 진상과 책임을 명쾌하게 가리지 않은데다, 이후 재입찰에선 또다른 불법 논쟁이 벌어졌는데도 계약을 밀어붙이려 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에이에스피엔은 입찰 때 제출한 중소기업 지위 확인 서류에 허위 내용을 담은 사실이 확인됐다. 에이에스피엔은 파리바게뜨 빵집으로 유명한 대기업 에스피씨(SPC)그룹 오너 일가가 52% 지분을 소유한 업체로, 법제도의 허점으로 중소기업으로서 가점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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