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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코리아 리스크’ 고조…안보위기, 경제까지 덮치나

등록 2016-02-17 19:23수정 2016-02-18 14:52

중국 “사드 배치, 대가 치러야”
비공개적 ‘무역보복’ 가능성 커
현실화땐 일본이 수혜국 될수도

주식시장 중국자금 이탈 가속도
채권 번질땐 가계·기업 ‘직격타’

개성공단 폐쇄 등 국가신용 악재
대치 장기화땐 ‘등급 하향’ 우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에 대응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의가 맞물리면서 ‘경제 안보’의 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 경기 부진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취약해진 국내 경제가 지정학적 위험까지 높아지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안이 증폭될 수 있어서다.

■ 중국의 무역 보복 가능성

아직까지는 최근의 남북 간 긴장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뚜렷한 충격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치 국면이 길어지거나 긴장이 더 고조된다면 ‘경제 안보’도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대응은 우리 경제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우려가 크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17일 낸 사설에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 논의를 언급하며 “중국은 한반도의 최악 상황에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 방향에 군사 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항장무검 의재패공”(항우의 조카 항장이 칼춤을 추는 의도는 유방을 죽이는 데 있다)이라는 고사성어까지 빌려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로 중국을 겨냥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중국이 반체제 인사로 분류한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의 연어 수입을 중단했고,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분쟁 때는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영토 분쟁 등 비경제적인 분쟁일 때는 가시적인 조처보다는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분쟁 상대국을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 2012년 중-일 영토 분쟁 이후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대폭 줄고 그 반사이익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이지 않는 손’을 동원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대중 수출 품목이 70%가량(금액 기준) 겹치는 일본으로 무역 거래선을 옮길 수 있다. 지 연구위원은 “일본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사드발 중국 자금 이탈 우려

중·일 영토분쟁 전후 한·일의 대중국 수출 증감률
중·일 영토분쟁 전후 한·일의 대중국 수출 증감률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된 중국계 자금의 이탈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중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금액(순매도 기준)은 지난해 11월 172억원에서 12월 5885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1월에도 4762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경제 불안에 따른 자금 이동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한-중 갈등과 지정학적 위험 요인까지 반영된다면 중국계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주식에 견줘 상대적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시장에서 중국계 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경우 그 파장은 훨씬 커진다. 국채 등 주요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 수준이 높은 가계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질 수 있는 탓이다. 중국계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17조4000억원으로, 미국(18조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드 관련 갈등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 외환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중국계 자금의 국내 시장 이탈 명분이 높아진 상황에서 터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칫 중국계 자금 이탈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긴장 악화 땐 신용등급도 위험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져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일이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중국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무디스와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돌발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남북 분단과 북한의 핵실험이 이미 국가신용도 평가에 반영돼 있는 위험이라면,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문제는 새롭게 추가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개성공단 폐쇄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차분한 것은 긴장이 빠른 시일 안에 봉합된 전례가 쌓이면서 생긴 학습효과 덕분이다. 그러나 현 국면의 돌파구가 늦게 마련될 경우 조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락 이제훈 기자 sp96@hani.co.kr

[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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