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1인당 25억원”…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흔들기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을 사실상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9일 도쿄와 서울에서 동시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상장과 현재 종업원지주회가 보유중인 롯데홀딩스 주식을 일본 롯데그룹 사원 모두에게 나눠주는 ‘주식보장제도’를 제안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2일 신동빈 회장 등 현 이사진을 해임하고 자신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 제안의 핵심은 종업원지주회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주식(약 120만주, 지분율 27.8%)을 재분배해 기존 종업원지주회원은 1인당 1000주, 기타 관리직 직원은 400주, 그밖에 일본 롯데그룹의 사원은 200주, 일본 롯데그룹 관련회사 사원은 20주, 일본 롯데그룹 정년퇴직자는 120주씩 나눠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후 롯데홀딩스를 상장하면 종업원지주회원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1인당 25억원, 기타 관리직 직원은 10억원, 일본 롯데그룹 사원은 5억원, 관련회사 사원은 5000만원, 정년퇴직자는 3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신 전 부회장 쪽의 주장이다.

현재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그룹 산하 각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관리직 이상 직원 가운데 본인이 원하고 종업원지주회 이사회가 승인한 13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회원이 되면서 주식을 액면가에 사고 매년 액면가의 12%에 해당하는 배당액을 받다가 퇴직 시 다시 액면가에 주식을 되팔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제안에 따르면 종업원지주회원 1인당 보유주식 수는 약 1만주에서 1000주로 줄지만, 현재와 달리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업원지주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신 전 부회장의 편을 든다면 임시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을 몰아낼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를 빼면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의결권 지분은 23.8%에 그치게 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을 합쳐 모두 33.8%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제안이 종업원지주회에 먹혀 들지는 미지수다. 당장 종업원지주회 지분의 90%에 가까운 주식을 다른 사원들에게 재분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가능한지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쪽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사회 교체, 종업원지주회 정관 개정, 상장 등 여러 단계의 가정을 전제로 한 약속이어서 실현가능성을 따져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논할 가치도 없는 뜬구름 잡는 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