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 분석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 437만원
1.6% 늘어났지만 6년만에 최저 증가
월평균 지출은 337만원…0.5% 올라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먹구름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 437만원
1.6% 늘어났지만 6년만에 최저 증가
월평균 지출은 337만원…0.5% 올라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먹구름
얇은 지갑은 더 얇아졌다. 두둑해지지 않으니 열리지도 않았다. 가계에서 나타나는 장기 불황의 한 단면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5년 연간 및 4분기 가계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7만3100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4년의 증가율 3.4%와 견줘 반토막이 났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몰아친 2009년(1.2%)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다. 이마저도 근로장려금과 기초연금 등 복지 관련 이전소득이 같은 기간 9.4% 늘어난 데 힘입은 바 크다. 사업소득은 외려 1.9% 감소했고, 재산소득은 겨우 0.1% 증가했다. 근로소득 역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는 소득 증가가 더디자 지갑을 닫았다.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지출은 337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작다. 담뱃값과 전월셋값 상승 탓에 ‘주거·수도·광열’(-0.8%→4.8%)과 ‘주류·담배’(-0.6%→18.8%) 지출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소비지출을 구성하는 12개 항목 가운데 증가한 것을 찾기 어렵다. 옷이나 신발, 통신,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에서는 씀씀이를 줄였다.
소득보다 지출 증가 폭이 작았던 터라, 적자 가구 비율(22.0%→21.0%)이 소폭 줄어드는 등 가계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된 듯 보이나 단정하기엔 이르다.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한국은행의 최근 집계를 보면, 2015년 한해 동안 가계 부채가 121조7천억원 늘어났다. 연간 증가액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가계 부채 증가율 11.2%는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지만,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다보니 빚을 내어 생계형 지출을 하는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소득·지출 정체는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을 더욱 짙게할 가능성이 크다.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수출 부문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데, 기업과 더불어 내수의 한 축인 가계가 빈사 직전에 있기 때문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는 살아나기 어렵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71.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게 나온 것은 이런 우려를 키운다.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은 소비심리가 그만큼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원론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 소득을 올리고, 이를 통한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연도별 가계 소득 및 지출 증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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