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6일 ‘2015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물가 수준을 반영하거나 가계의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더니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다. 주거비와 함께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 주장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못해 ‘통계 왜곡’이라는 의심마저 든다. 먼저 ‘가처분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부터 보자. 교육부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집계된 가구당 월평균 가처분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8.6%)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해 6.8%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오해를 부르는 해석이다. 사교육비뿐 아니라 다른 지출도 대부분 줄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지출 집계 기준인 12개 품목 중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이 전년보다 늘어난 품목은 주류·담배, 보건, 오락·문화 등 3개에 그친다. 장기 불황에 따라 가계가 전반적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비중이 줄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는 게 맞다.
또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의 평균 감소 폭(전년 대비 1.0%포인트)이 사교육비 비중 감소 폭(0.07%포인트)보다 훨씬 크다. 사교육비만큼은 다른 품목에 견줘 그나마 덜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교육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바닥을 찍고 상승 반전(9.49%→9.52%)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조사 목적과 표본이 서로 다른 ‘이종 통계’인 ‘사교육비 조사’와 ‘가계 동향 조사’를 임의적으로 섞어 분석을 한 것이다. 분모(가계 동향 조사)와 분자(사교육비 조사)에 기준이 다른 통계를 적용해 비교하면 왜곡을 부른다. 통계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욕심을 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 사교육비’ 부담이 줄었다고 발표한 대목도 문제다. 실질 사교육비를 계산할 때 활용한 ‘사교육비 관련 물가지수’는 엄밀성이 검증되지 않은, 즉 통계로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비공식 지수’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해당 지수를 공표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통계청와 교육부는 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윤연옥 통계청 사회통계국 과장은 “실질 사교육비는 (통계청) 보도자료에도 담았으나, 그 성격상 비공식 지표이다. 다음부터는 이런 사실을 정확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교육부가 사교육비 부담 감소의 근거로 내세운 두가지 중 하나는 왜곡이고, 또다른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비공식 자료에 기댄 것이다.
예쁜 포장지를 쓴다고 해서 내용물이 바뀌지는 않는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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