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없는데도 공공 조달 사업 따내
중기 일감 가로챈 대기업 16곳 적발
중기 일감 가로챈 대기업 16곳 적발
중소기업청은 국내 최대 빵집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정보통신기술 업체 에이에스피엔(ASPN)을 ‘가짜 중소기업’으로 판정하고, 이 업체가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사업을 따낸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중기청은 1일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참여 자격이 없는데도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은 대기업 관계사 1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가운데 10개 업체가 실제 입찰에 참여했고, 납품까지 한 업체는 에이에스피엔(에스피씨그룹 관계사), 아주아스콘(아주산업), 디아이엔바이로(디아이), 삼구이엔엘(삼구아이엔씨), 등 4개다. 조달청은 이들 4개 업체가 2014~2015년 부정 납품한 금액이 모두 18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16개 기업을 2일부터 공공조달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앞으로 1년 동안 참여를 제한하는 조처를 취했다. 또 입찰에 참여한 에이에스피엔 등 10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에 참여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에이에스피엔은 에스피씨그룹 허영인 회장이 2003년 자본금 6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에스피씨그룹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운영을 도맡아왔다. 허 회장은 이 회사 지분 52%를 차명 보유하다가 2014년 금융실명법 개정을 계기로 두 아들 명의로 전환했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허 회장의 두 아들이 ‘갑을 관계’가 작용할 수 있는 그룹 협력업체에서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신한 사실을 보도(▶ 바로가기 : [단독] SPC그룹 회장 두 아들의 수상한 ‘병역특례 복무’)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에이에스피엔은 허 회장의 차남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그룹 협력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에이에스피엔은 지난해 말 코레일이 발주한 180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 ‘코비스 구축 사업’을 따냈는데, 입찰 과정에서 부정 발급받은 중소기업확인서를 제출하고 ‘상생 항목 가산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은 경쟁업체들의 강력한 문제제기에도 에이에스피엔과의 계약을 밀어붙였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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