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연금 혜택, 국민께 더 돌려드립니다’라는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으로 투자? 채권 매입! 금리상승·국가채무 증가 논란
국민연금이 안심채권 사는 방식
직접 공공투자 늘린다는 건 오해
더민주 “건강한 국가채무”라지만
사업 수익성 기대 미달땐 악순환
국민연금이 안심채권 사는 방식
직접 공공투자 늘린다는 건 오해
더민주 “건강한 국가채무”라지만
사업 수익성 기대 미달땐 악순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향후 10년간 현재보다 2배 더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경제민주화 관련 총선 공약 1호를 내놨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이 윤곽만 드러낸 수준의 공약이지만, 벌써 몇 가지 쟁점을 형성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민주는 공약을 더 다듬어가며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 국민연금 공공 투자 확대?더민주는 공약에서 임대주택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사업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와 비슷한 성격의 ‘국민안심채권’을 향후 10년간 매년 10조원어치 발행한다는 내용이다. 논란은 해당 채권을 국민연금기금이 살 수 있도록 한 데서 출발한다. 더민주는 이를, 불어나는 국민연금 적립금을 공공투자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두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국민연금이 공공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연금 가입자가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공약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더민주 공약의 본질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재원으로, 공공임대주택 관련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은 단지 확정수익이 보장된 채권 투자에 한정된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위험은 물론 과실도 모두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안는다.
다만 국민안심채권은 일반 국채와 달리 거래가 안 된다. 돈이 묶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으로선 자금 운용의 제약을 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전체 국채에서 발이 묶이는 자금(국민안심채권 매입량)의 비중이 매우 낮은 터라 실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여지는 낮아 보인다. 지난해 9월 현재 국민연금은 118조원어치의 국채를 들고 있다. 홍성대 더민주 정책실 전문위원은 “국민안심채권 금리는 국채와 동일하게 책정할 것이다. 이번 공약은 공공분야 재정지출 확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 국채 금리 오를 듯 그렇다면 더민주는 왜 통상적인 국채가 아닌 국민안심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려 했을까. 이에 대해 주진형 더민주 총선공약단 부단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면, (국채) 이자율(금리) 인상 압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 국채 공급이 확대돼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정부는 채무 부담이 더 커지는 이른바 ‘구축 효과’를 경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방식은 다른 형태의 구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민안심채권을 매입하더라도 이 채권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국채 보유 비중은 현 수준(23.6%)을 유지하도록 공약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년 1000억원을 국민연금이 국채에 투자했다면, 앞으로는 국채에 500억원, 나머지 500억원은 국민안심채권에 투자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채 매입 수요를 줄여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게 돼 구축 효과를 완전히 피하기 어려워진다.
■ 국가채무 증가더민주가 언급하지 않은 사실 중 하나가 국가채무 문제다. 국민안심채권 발행은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공약상으로는 10년간 100조원의 채무가 는다. 다만 더민주가 추정한 대로 공공임대주택 사업 수익성이 나면, 채무가 늘어나더라도 그 채무의 성격은 건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언제 국가채무를 줄여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조달비용보다 사업 수익성이 높다면 정부는 채무를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한 재정운용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더민주의 셈법에 따르면, 임대주택 사업 수익률(4.84~6.52%)은 조달비용인 채권 금리(2.14%)보다 높다.
반대로 더민주의 예측과 달리 사업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함께 늘어나는 악순환의 덫에 빠지게 된다. 김우철 더민주 정책실 전문위원은 “현재는 공공임대주택 재고 확대라는 목표 속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색되고 있고, 발표된 공약도 그중 하나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채권 발행 외에도 증세 등 다른 형태의 재원 조달 방안도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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