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진 정부의 경기 인식
기재부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경기 낙관론’ 비판에 적극 해명 나서
유일호 부총리 “추경은 검토 안해”
기재부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
‘경기 낙관론’ 비판에 적극 해명 나서
유일호 부총리 “추경은 검토 안해”
정부의 경기 인식이 한 달 전보다 한층 어두워졌다. 생산이 부진한데다 내수마저 주춤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9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도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저유가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도 크다”라고 밝혔다. 그린북은 경기 흐름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견해를 담는다.
기재부의 이런 경기 인식은 한 달 전보다 한층 어두워진 것이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정부는 “소비 등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생산·투자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정부의 이런 시각 변화는 최근 발표된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8% 감소(계절조정 기준)하고, 소매판매도 1.4%나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같은 기간 6.0% 감소했다.
기재부는 또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실과 다르게 경기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고, 유 부총리도 같은 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이 좋다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 어려운 가운데 긍정적 신호도 있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꼽는 긍정적 신호는 지난 2월에도 수출이 12.2% 감소했으나, 그 폭이 1월(18.5%)보다 줄었고,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처 연장에 따라 국내 자동차 판매도 지난달 9% 늘어난 대목이다.
이런 주장에도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는 최근 일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여해 “추경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분도 있지만 지금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금 추경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및 정부의 경기 인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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