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가 21일 발표하기로 한 청년·여성 고용대책을 4·13 총선 뒤인 4월 말로 슬그머니 연기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여성 고용 우수 기업을 방문하고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위해 발표 시점을 늦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정부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다. 그동안 성과가 있었던 청년 고용정책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차관은 애초 6~7월에 발표하려던 면세점 개선 방안은 이달 말로 앞당겨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정부는 청년 고용대책 발표를 미룰 의사가 없었다.
정부가 입장을 바꾼 건 불과 일주일 사이다. 그새 일부 언론을 통해 청년 고용대책의 방향과 내용이 알려졌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고용 보조금’과 ‘구직 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고용보조금 지원을 기업이 아닌 청년에게 직접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대부분의 지원금을 기업에 주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고, 청년들이 정부 정책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청년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게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도 꽤 있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서울시의 ‘청년 수당’이나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선심성 대책은 안 된다는 정부가 서울시·성남시 정책을 따라하고 있다” “정부도 청년수당! 이재명(성남시장)에게 저작권료라도 줘라”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정부가 했던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박 대통령은 1월 대국민담화에서 서울시·성남시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이라며 공격했다. 대통령이 맹비난한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혹여 ‘정치적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해 발표를 미뤘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정부가 이달 중 청년 고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할 때부터 ‘총선용’이라는 말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에 이어 11월 ‘청년 해외 취업 촉진 대책’을 발표하고 4개월 만에 또 청년 고용대책을 들고 나왔으니 의심의 눈초리가 클 수밖에 없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가 실질적 도움보다는 정치적 활용을 염두에 두고 청년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정치 놀음’을 하는 사이 청년 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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