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간편결제 서비스’ 등 몇몇 사업에서 갈등을 빚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두 그룹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등 삼성 계열사들과 신세계상품권의 제휴가 지난해 12월 끊겼다. 이들 사업장에선 신세계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들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유일하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지난해 신세계와 상품권 수수료 문제가 합의되지 않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도 “우리가 지난해 7월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에스에스지(SSG) 페이’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까지 다른 서비스는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두 그룹의 관계가 2012년 고 이맹희 씨제이(CJ)그룹 명예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유산 분쟁 소송을 낸 이후 불편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이맹희 명예회장 편에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씨가, 삼성 쪽에는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섰다.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중립을 지켰다. 당시 신세계는 “가족간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립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삼성 쪽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소송이 이건희 회장의 승리로 끝난 뒤, 뜻을 같이한 이인희 고문의 한솔그룹은 삼성과의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됐다. 한솔테크닉스가 현재 베트남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삼성페이 모듈 등을 생산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솔로지스틱스도 삼성전자의 물류를 받았다. 반면 신세계는 줄곧 운영해온 삼성 임직원 전용몰의 운영권을 지키지 못하고 지(G)마켓에 넘겼다.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그동안 보유해온 삼성전자 주식 일부(4만8500주)를 2014년 말 매각해 삼성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여기에 신세계가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에 참여하면서 삼성의 신라면세점과 충돌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두 그룹은 모두 이런 갈등설을 부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부 사업에서 이견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과거 소송에 따른 앙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그룹 사이의 갈등이라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나 베네스트 골프장 등 다른 제휴사업들도 끊어야 하는데, 그 분야에서는 여전히 신세계상품권을 쓸 수 있다. 에버랜드와의 거래액이 굉장히 많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룹 간 갈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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