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중앙본부 건물 앞 대형 표지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농협, 대포통장과의 전쟁 선포 ‘철저한 모니터링’
대포통장 계좌 비중 2013년 12월 63.8%, 지난해 12월 11.9%까지 줄어
대포통장 계좌 비중 2013년 12월 63.8%, 지난해 12월 11.9%까지 줄어
대포통장(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활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금융사기범이 손사레를 치는 대포통장이 있다. 바로 농협 대포통장이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금융사기범이 대포통장을 사들이면서도 농협 통장을 꺼리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농협 계좌는 대포통장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왜 최근 들어 농협 대포통장의‘인기’가 시들었을까?
금감원은 “대포통장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철저히 모니터링을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3년 12월 말만 해도 적발된 대포통장 계좌 가운데 농협(단위농협 포함)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이 63.8%로 압도적이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한 농협은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간 15명, 야간 6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24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금융사기 피해자가 속아서 농협 대포통장으로 돈을 보내더라도 모니터링을 통해 걸러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금융사기범 사이에 농협 대포통장은 범죄에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에는 적발된 대포통장 계좌 가운데 농협 계좌 비중이 11.9%로 크게 줄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한 해 대포통장 관련 신고포상제를 운영한 결과 423건의 신고를 접수해 이 중 29건에 포상금 총 63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주요 신고 내용을 보면 대포통장 모집 광고가 287건(67.8%)으로 가장 많았고, 대포통장 계좌를 발견한 신고가 79건(18.7%),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신고가 57건(13.5%)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사기범들은 허위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올린 뒤 지원자의 연락이 오면 통장을 임대해줄 경우 하루 15만원을 주겠다는 식으로 대포통장을 모집했다. 대포통장을 양도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돼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절대로 타인에게 통장을 넘겨주면 안 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대포통장 모집광고나 사용 사례를 발견하면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의 불법금융신고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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