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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는 ‘긴축’ 여당은 ‘돈 풀라’…재정정책 엇박자

등록 2016-03-31 19:21수정 2016-03-31 21:51

새누리, 총선 의식 정반대 공약
경기침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경제운용의 큰 틀을 좌우하는 재정정책의 방향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분열하고 있다. 같은 날 정부는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예산을 적게 편성하려는 지침을 결정하고, 새누리당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더 많이 쓰도록 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돈을 걷는 조세 정책과 돈을 쓰는 예산(지출) 정책을 함께 아우르는 재정정책은 여당과 정부의 협의로 이뤄진다. 그런데도 당정이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 편성의 잣대인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예산안 지침)을 의결했다. 이 지침에는 정부 뜻대로 예산을 조절할 수 있는 ‘재량 지출’을 10%(약 17조원) 줄여, 아낀 재원을 일자리 창출에 쓴다는 내용이 담겼다. 쓰임새를 조정할 뿐 전체 지출 규모는 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올해 9월 발표하는) 내년 예산안 편성 기조는 올해 예산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예산 수준에서 묶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경기를 고려해 정부 지출 규모를 더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은 긴축적이었다는 평가다. 총지출 증가율이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상성장률(4.2%)보다 낮은 3.0%(2015년 본예산 대비)에 머문 탓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여기저기서 확장 재정을 주장하고 있으나, 재정은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땅에서 샘솟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발표한 총선 공약은 이와는 정반대의 기조를 담고 있다. ‘새누리 경제정책 공약 2호’란 문패를 단 이 공약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대학 연구개발(R&D) 지원, 인력개발 분야 예산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공교롭게도 이 공약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 지침을 의결한 날 발표됐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금리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고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재정투자 확대는 경제활력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거시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 기조의 이런 큰 시각차는 뿌리가 깊어 보인다. 일단 경기 진단부터 다르다. 새누리당은 공약 보도자료에서 현 상황을 ‘뉴노멀’(새로운 정상)의 시대로 정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과거와는 다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성장률 3%는 그렇게 나쁜 성적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우리(정부)는 전통적인 거시경제정책에 안주하고 있다. 이런 안이한 생각은 우리 경제의 퇴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정부는 단기 경기 흐름에 주목하면서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 기재부는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경기가 연초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3월에도 수출 개선과 경제심리 호전,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경기 회복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나랏돈인 재정을 크게 풀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경기 진단과 재정 운용 기조에선 시각차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으나, 정작 중요한 세수 확충에 대해선 모두 함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약한 재정 확대는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증가로 나타난다. 정부가 긴축재정을 펴는 속내도 국가채무와 재정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봐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경기 낙관론을 펴며 돈을 적게 쓰고 있는 정부나,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띄워야 한다는 새누리당이나 모두 세수 확충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며 “(세수 확충을 위한) 증세 논의가 현 정부에서 금기시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정부·여당의 엇박자와 침묵 속에 경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두 지표는 모두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현재 경기도 전월보다 나쁘고, 향후 5개월 뒤에도 악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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