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 ㈜신원이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박정주(40) 수출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 회장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상황에서 아들을 회사 대표직에 앉힌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원은 1일 공시를 통해 박정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신원은 “수출과 내수의 각 특성을 살리고 부문별 실력과 능력을 갖춘 젊은 전문가가 회사를 책임경영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업계의 무한경쟁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0여년 동안 신원에서 근무해오다 지난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정표 대표이사는 퇴임 후 신원의 상근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1973년 신원통상을 설립한 박성철 회장은 1990년대부터 여성복 베스띠벨리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며 신원을 중견 의류업체로 키웠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상황이 악화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지분을 모두 포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워크아웃 중인 1998년 부동산 등 거액의 차명재산을 숨겨 신원의 채무 5400억원을 감면받았고, 워크아웃이 끝난 뒤 차명재산을 이용해 경영권을 회복했다. 경영권을 되찾는 데 사기 혐의가 짙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받지 않았다.
박 회장은 2007~2011년 또다시 차명으로 300억원대 주식과 부동산을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아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박 회장의 둘째 아들 박정빈 부회장도 횡령한 회삿돈 47억원으로 주식투자를 해 실패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다시 2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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