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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프랜차이즈 노른자위 꿰찬 우리 사회의 ‘갑’들

등록 2016-04-05 01:18수정 2016-04-06 14:31

배스킨라빈스 ‘특수관계점’ 88곳 보니
홈플러스·신세계 전 회장 일가, 대형마트 입점 핵심점포 독식
SPC 임직원 친인척 28곳…전 서울경찰청장·전 기장군수 가족도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과 구학서 전 신세계그룹 회장 등 유통업계 유력인사들의 가족과 친인척, 지인들이 홈플러스와 이마트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점포들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재계 유력인사, 공직자, 프랜차이즈 본사 전·현직 임직원의 가족과 친인척들도 대형마트 내 점포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줄’이 있어야 좋은 상권에 있는 점포를 얻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자영업의 현실이 확인된 것으로, 권한을 이용한 사익 추구 의혹이 제기된다.

<한겨레>는 최근 전국 1100여개 점포를 둔 국내 최대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에스피씨(SPC)그룹 쪽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특수관계점’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입수했다. 에스피씨그룹 전·현직 임직원과 ‘사회 유력인사’의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 점포 88곳의 정보를 정리한 목록이다.

4일 이 자료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이승한 전 회장의 형수 경아무개씨가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처제 엄아무개씨가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홈플러스 북수원점과 안산점이 문을 연 2000년부터 현재까지 17년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북수원점과 안산점은 전국 141개 홈플러스 매장 가운데 매출 순위 5위 안에 든다. 이 전 회장은 형수와 처제가 이들 매장에서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하게 된 사유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1997년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2013년까지 홈플러스 회장을 맡아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신세계그룹 구학서 전 회장의 경우 동생과 친구가 이마트 성남태평점과 광명소하점에서 각각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구 전 회장은 “당시 이마트 대표이사가 점주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곳도 아니어서 이권을 줬다고 할 만한 게 못 된다”고 말했다. 구 전 회장은 2001년 ㈜신세계 대표이사에 오르고 2009~2014년 신세계그룹 회장을 맡았다.

유통업계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여동생과 남동생이 각각 이마트 목동점과 홈플러스 대구성서점에서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한다. 두 곳 모두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핵심 매장으로 꼽힌다. 이수빈 회장, 이승한 전 회장, 구학서 전 회장은 모두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이 회장이 가장 선배다. 이 회장의 남동생은 남매가 대형마트에 입점한 과정에 대해 “형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직자들도 특수관계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성규 전 서울경찰청장의 부인은 2005년부터 이마트 죽전점 내 배스킨라빈스를 운영 중이다. 당시 이 전 청장은 경찰청 총무과장이었고, 앞서 2002~2003년에는 신세계그룹을 관내에 둔 남대문경찰서장을 지냈다. 이 전 청장은 “제과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일하던 아내가 주변에서 권유를 받아서 점포를 시작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검증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현돌 전 부산 기장군수의 딸은 2009년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서 배스킨라빈스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최 전 군수의 3선째였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부산 지역에서 백화점 센텀시티점과 기장 프리미엄아울렛, 이마트 6개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 전 군수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위가 알아서 한 일로 나와는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특수관계점 목록을 보면, 서병배 ㈜에스피씨 사장과 부사장급 인사 등 허영인 에스피씨그룹 회장의 ‘가신’으로 꼽히는 이들을 포함한 에스피씨그룹 전·현직 임직원 혹은 그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내 배스킨라빈스 점포도 28곳에 이른다. 에스피씨그룹 관계자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모두 64곳인데, 절반 가까이가 대형마트 내 점포인 것이다.

대형마트 입점 점포는 외부에 독립적인 점포를 여는 것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권리금이 없고, 인테리어 비용도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고객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매출은 안정적이다.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이나 갑작스런 퇴거 요구 등 건물주의 횡포로부터도 안전하다.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낼 법한 상권이다. 에스피씨그룹은 개별 점포들의 매출은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수관계점 목록에 포함된 점포들의 매출을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는 배스킨라빈스 점포들의 평균 매출이 연 4억5306만원으로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홈플러스의 한 간부는 “배스킨라빈스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밖에도 홈플러스 내 여러 프랜차이즈 점포들을 전·현직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피씨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대형마트 내 점포는 수입이 매우 안정적이다. 이런 좋은 점포를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포의 점주는 절반은 대형마트 쪽에서, 나머지 절반은 가맹본부에서 정해 대부분 ‘내부자들’ 몫이라고 한다. ‘빽’ 없는 평범한 점주 희망자는 이런 점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력인사 및 에스피씨그룹 전·현직 임직원들과 관련된 점포들의 정보만 따로 모은 ‘특수관계점’이란 제목의 자료가 작성된 배경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일반 점포들과 달리 특별대우를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 점포들 목록을 별도로 관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스피씨그룹은 “에스피씨그룹에서는 그런 자료를 만든 적이 없고 만들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에스피씨그룹 내부 정보가 없다면 작성이 불가능한 내용들이어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신재 김기성 기자 ohora@hani.co.kr

[관련기사]
▶‘알짜 가맹점포’ 서민은 못뚫는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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